대중교통 무료운행 비용 하루 60억… 통행량 감소는 1.8%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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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지하철 요금 ‘0원’ 15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하철 요금 
면제’라는 안내판 옆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지역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하철 요금 ‘0원’ 15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하철 요금 면제’라는 안내판 옆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 서울지역 대중교통이 무료로 운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그런데 왜 돈을 안 받는 거예요?”

15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린 박선미 씨(38·여)가 교통카드 단말기에 찍힌 ‘0’이라는 숫자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날은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처음으로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시행한 날이다. 박 씨는 “공짜야 나쁠 건 없지만…. 이런다고 미세먼지가 없어지나요?”라고 반문했다.

○ “무료 탑승 나쁠 건 없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출근길 서울로 들어온 자가용 등 일반차량은 지난주 같은 때보다 2099대(1.8%) 줄었다. 그 대신 버스와 지하철 이용객이 증가했지만 미미했다. 버스는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했을 때 약 3500명(0.4%), 지하철은 2만3126명(2.1%) 늘었다.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수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동부간선로 서부간선로 등의 출근길 정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회사원 주모 씨(58)는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최대한 야외 노출을 피한다. 버스나 지하철 타러 가면서 미세먼지 마시느니 승용차에서 공기정화기능을 켜고 운전해 출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무료 운행 시행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날 자가용을 그대로 몰고 나온 운전자도 많았다.

경기와 인천 주민은 불만이다. 이날 무료 운행은 서울지역 버스와 지하철에만 적용됐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에서 출퇴근하는 김모 씨(29)는 “하루 대부분을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혜택을 못 받으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료 운행인 줄 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탔다가 낭패를 당한 경기지역 주민도 많았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내린 박모 씨(29)는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갔다가 차단시설에 가로막혀 난감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고 광화문에서 내린 승객 10명 중 4명은 교통카드를 접촉하지 않았다. 이 경우 다음 대중교통 승차 때 기본요금(2400원)을 더 내야 한다.

서울시는 무료 운행 시행에 따라 50억∼60억 원으로 추산되는 운임 손실을 보전한다. 한 해 최대 7회 시행하면 350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족한 예산은 재난 관련 기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유명무실했던 차량 2부제

이날 서울시는 구청과 보건소 등 공공기관 주차장 360곳을 폐쇄했다. 그러나 대중교통 무료 운행 외에 주차장 폐쇄까지 알고 있는 민원인은 거의 없었다.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청을 찾은 유모 씨(35)는 “민원 탓에 경기 포천에서 찾아왔는데 무조건 차를 댈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 포천에서 오려면 어떻게 와야 하는지 아느냐”며 항의한 끝에 겨우 주차했다.

이와 별도로 환경부는 국회 등 수도권 7650개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홀짝제)를 시행했다.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이용이 가능했다. 공무원은 의무, 일반인은 권고사항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공무원 참여도 미흡했다. 정부서울청사나 국회에는 짝수 번호판을 달고 출근하는 공무원 차량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부정적이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주요 오염원이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중국 등 국외 지역이 55%, 서울은 22%였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교수는 “연간 5∼7회 정도 무료 운행으로 22%의 오염원을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오는 날에는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서형석 기자
#미세먼지#대중교통#무료운행#통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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