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GM을 만나다] 조계현 “싸움닭보다 팔색조 단장이 돼야죠”

이재국 기자 입력 2018-01-11 05:30수정 2018-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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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조계현 단장은 45년간 입었던 유니폼을 벗고, 올해부터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KBO리그에서 수석코치가 단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조 단장이 최초다. 그는 단장 부임 후 ‘양현종 재계약’이라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멋지게 던졌다. 이후 그가 그리는 KIA의 미래는 무엇일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강한 승부근성으로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고 해서 ‘싸움닭’으로 통했고, 변화무쌍한 공과 탁월한 수싸움으로 마운드를 지배한다고 해서 ‘팔색조’로 불렸다. 두 가지 별명만으로 단박에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레전드 투수 조계현(54).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에 입문한 이후 무려 45년간 분신처럼 걸쳐왔던 야구유니폼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KIA는 지난해 12월 조계현 수석코치를 단장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선수 출신 단장이 득세하고 있지만, 수석코치가 곧바로 단장 자리에 오른 것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더군다나 2017년 김기태(49) 감독을 보좌해 통합 우승을 이끈 수석코치가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프런트 실무 총책임자로 발탁됐으니 야구계는 물론 팬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영택 단장이 KIA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조 수석코치가 공석이 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선수로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신화를 이어갔고, 해태 왕조의 전설을 써내려갔던 그는 이제 프런트로 변신해 KIA 시대의 새로운 타이거즈 왕조 구축을 위해 전력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새해 초 단장으로서 첫 등판에서 가장 큰 난제였던 양현종 재계약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제2의 야구인생에서 강력한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조 단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꿈과 목표, KIA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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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코치 시절 조계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45년간 입었던 유니폼 벗고 단장 변신

-KIA 단장이 된 뒤 한 달 정도 지났다.


“새롭다. 현장에서 움직일 때하고는 다르더라. 책임감도 있고, 솔직히 부담도 있다.”

-야구인생에서 프런트로 변신할 거라고 상상을 해봤나.

“그냥 상상만 했었다. 딱 상상만(웃음). 그러나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실 허영택 사장님이 나를 코너에 몰아넣고 피해갈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업무 파악은 어느 정도 했나.

“좀 하긴 했는데, 솔직히 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를 받는 것들이 있어서 좀 더 업무 파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보통 체육특기생은 체육교육과를 많이 선택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버지가 ‘사람 많이 사귀는 게 좋다’며 상대 경영학과를 권유하셨다. 나도 세상을 넓게 보고 싶었다. 대학 시절 대표팀에 가거나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상 수업은 빼먹지 않고 모두 들어갔다. 그때 사귀었던 일반학생 친구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단장이 됐으니 뒤늦게 전공을 살리는 건가.

“하하. 그런 셈인가? 사실 1987년 대학을 졸업할 때 해태 1차지명을 받았는데 88서울올림픽 대표팀에 뽑히면서 프로 진출이 2년간 유보됐다. 그때 실업팀 농협에 입단했는데, 실업팀에서 은퇴하고 고향 군산에 내려가 농협에서 근무하다 농협지점장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지점장이 아니라 단장이 됐다(웃음).”

-단장은 코치와는 보는 시각도 다르고, 고민의 방향도 다르다.

“그렇다. 전에는 선수단을 잘 아울러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현장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로 바뀌었다. 현장은 상대와 싸우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KIA 조계현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전력 강화, FA보다는 육성 중점

-단장 임기 3년 동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우선 육성에 신경을 쓰고 싶다.”

-올해도 KIA는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런 기조로 간다는 얘기인가.

“우리 팀은 이제 전력의 틀은 잡혔다. 그러나 아직 고참선수에 의존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이 선수들이 나갈 때쯤 그걸 커버해야 한다. 물론 꼭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FA도 영입할 수 있겠지만, FA를 데려와서 쓸 수 있는 건 한정돼 있다. 2군에서 성장해 1군으로 올라오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지속적인 강팀이 된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KIA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펜 강화 방안은?

“중간투수까지 외부에서 영입하면 기존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떨어진다. 중간에서 잘해서 선발로 가고 마무리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팀에 김윤동 홍건희 임기준 정용운 심동섭 문경찬 박정수 이민우 등 기대되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군대 있는 선수도 있다.”

-지난해 초 SK와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재미를 봤다. 트레이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는 시즌 중에 큰 트레이드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트레이드 문제는 항상 현장하고 얘기를 충분히 해볼 생각이다.”

KIA 조계현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100만 홈 관중 시대, 팬서비스 업그레이드

-지난해 홈관중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단장이 됐으니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인구 147만 광주에서 100만 관중 돌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치상으로 젖먹이 아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빼면 거의 모든 분들이 한 번쯤은 야구장을 찾아오셨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 분들이 얼마나 더 유익하고 즐겁게 KIA 야구를 관람할 수 있을까, 찾아서 미리 준비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관중도 층이 다양하다. 가족단위, 회사원, 어린이팬 등등, 조목조목 나눠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준비를 잘 해야 100만 관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야구 자체를 즐기는 팬들이 많아졌지만, 지난해 우승 효과를 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항상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많은 팬이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우승하지 못할 때에도 팬들이 야구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갈 수 있어야한다. 그동안 KIA 프런트가 팬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찾아보겠다. 한번 챔피언스필드에 오신 팬이라면 ‘또 와야겠네’, ‘자꾸 오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한다. ‘내가 KIA팬 하길 잘했어’, ‘KIA는 매력적인 팀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팬서비스는 구단만 준비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팬들은 항상 사인을 받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시간에 맞춰 게임 준비를 해야 하거나, 이동하는 관계로 사인을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럴 때가 더 중요하다. 외국인선수들처럼 팬들과 만나면 목례를 한다든가, 손을 흔들어 주는 등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만 해도 팬들은 감동할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등을 한번 쓰다듬어 준다든가.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강조하겠다.”

KIA 조계현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보이지 않는 부품들이 움직여야 돌아가는 시계

-선수와 코치만 해봐서 실무 행정이 어려울 수 있는데.


“단장을 오래 하신 사장님도 있고, 각 파트별 팀장들이 많이 도와줘서 큰 어려움은 없다. 중요한 건 소통이다. KIA 구단의 목표와 목적, 방향을 정해 놓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다보면 풀리지 않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우승으로 KIA 팬들의 눈높이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 앞으로 잘해야 본전이니 부담이 될 것 같다.

“물론 부담도 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팬들의 기대가 올라가 있는 것 자체가 프로 구단으로서는 즐거운 일 아닌가.”

-단장은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발전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다.

“실행위원회에 가서 회의를 해봤는데 대화가 잘 진행되더라. 내 입장과 우리 구단 입장만 얘기할 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 다른 구단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겠다. 처음 단장이 된 만큼 일단 먼저 많이 듣겠다. 듣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겠다.”

-단장이 해야 할 일 중 조직 관리도 중요하다.

“조직은 시계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눈에는 시침과 분침이 돌아가는 것만 보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초침뿐만 아니라 수많은 보이지 않는 부품들이 움직여야 한다. 만리장성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누군가는 돌을 나르고, 누군가는 흙을 나르고, 누군가는 물을 날랐을 것이다. 구단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겠다.”

-현역 시절 별명이 ‘싸움닭’과 ‘팔색조’였다. 어떤 색깔의 단장이 되고 싶나.

“둘 다 좋아하는 별명이다. 어릴 때는 싸움닭이었는데, 구속이 떨어지고 나이가 30대를 넘어가면서 팔색조로 변신했다. 사실 두 가지 멋진 별명을 가진 선수도 드물지 않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단장은 ‘싸움닭’보다 ‘팔색조’가 돼야한다. 정해 놓고 가는 것은 있겠지만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 KIA 조계현 단장은?

▲출생=1964년 5월 1일(54세)
▲학력=군산상고~연세대(경영학과)
▲아마추어 주요 수상경력=1981년 대통령배 우수투수상·최다타점상, 1982년 청룡기 우수투수상·최우수선수상 및 봉황기 최우수투수상
▲프로선수 경력=해태~삼성~두산(1989~2001년)
▲통산성적=320경기 126승92패17세이브, 방어율 3.17
▲KBO리그 주요 수상경력=최다승 2회(1993년 17승·1994년 18승)·방어율 1위(1995년 1.71)
▲지도자 경력=2003년 KIA 코치~2006년 삼성 코치~2010년 두산 코치~2012년 LG 수석코치~2015~2017년 KIA 수석코치
▲프런트 경력=KIA 단장(2017년 12월~현재)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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