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전부-조평통-체육위가 실무”… 대남채널 대거 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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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급물살]北, 고위급회담 제안에 화답

북한이 3일 문재인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에 23시간 뒤 화답하면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끊겼던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1개월 만에 재개됐다. 지난해 김정은의 핵 폭주로 경색 일변도였던 남북 교류 및 대화가 새해 벽두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 청와대, 기다리던 북한 화답에 “의미 크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19분경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일 15시(한국 시간 오후 3시 반)부터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하는 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고 밝혔다. ‘평창 참가 용의’를 밝힌 신년사에 이어 이틀 만에 김정은이 연락채널 복원을 직접 지시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공식 지지 입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제시한 뒤인 전날 오후 4시와 이날 오전 9시 두 차례 북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신호음만 들어야 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정부는 북한의 전격 호응으로 화색이 돌았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예고한 시간에 먼저 연락해 통신선이 정상 가동되는지 점검했다.

이제 관심은 연락채널 정상화로 대화의 물꼬를 튼 남북이 과연 ‘언제, 누가, 어디서 회담할지’에 쏠리고 있다. 우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위급 회담 날짜로 제안한 9일에 회담이 가능할지가 핵심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는 “북한이 날짜를 수정 제의할 수도 있다. 남북은 습관적으로 샅바싸움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며 한 번에 쉽게 가진 않을 것이다. 본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빠르면 이번 주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어떤 조직들이 회담에 관여할지도 주목된다. 리 위원장의 발표대로라면 김정은이 실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조직은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단위들’이다. 리 위원장은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 부원장은 “동시다발적으로 회담을 추진할 인력으로 포괄적인 팀을 구성할 테니 우리 정부도 준비해 달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조명균 vs 리선권 양측 대표단 이끌 듯

조 장관이 역제안하고 리 위원장이 화답한 만큼 두 사람이 양측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북한이 남북 관계 주도권을 쥐겠다며 일부러 회담대표 급을 낮춰 기 싸움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세현 전 장관은 “리 위원장보다 낮은 단계 인사가 나오면 성실히 협의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거스르는 것이라 회담의 진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체육 당국끼리만 만나면 북한만의 화법과 관용문법 등 고유의 언어를 몰라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훗날 쪼개져 나갈지라도 처음엔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회담 초기부터 함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의제와 관련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만 테이블에 오를지도 두고 볼 일이다. 평창이 최우선이지만 북핵,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및 취소 등 한반도 이슈도 협의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이 군사훈련 연기 이상의 요구 사항들을 걸고 올림픽 참가 여부를 놓고 정부와 밀고 당기기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는 종국적으로는 미국과 풀어야 하는 문제라 기대만큼 얻어가진 못할 것”이라며 “일단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다음 게임을 이어가기 위한 전술적 의도 때문에라도 김정은이 대표단을 평창에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대남채널#남북대화#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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