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서주희]전통 한지가 일본 종이를 뛰어넘으려면

서주희 전통공예 전문작가 입력 2017-12-28 03:00수정 2017-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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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 전통공예 전문작가
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내일을 위한 과거의 종이’라는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이 발달한 프랑스에서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지 복원전문가 김민중 씨, 경북 무형문화재 한지장 전수교육조교 김춘호 씨, 한지 전문연구자인 동덕여대 이승철 교수 등이 참여해 우리 한지의 우수성과 가치, 한지 산업 등에 관해 발표했다.

그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선 종이 문화재를 복원할 때 일본의 전통 종이인 화지(和紙)를 사용해왔다. 이번 회의는 일본의 전통 종이보다 우리 전통 종이가 보존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회의를 상징하는 포스터 역시 ‘신라의 달밤’을 모티브로 한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 담겨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빛났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한국의 특정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지역의 한지가 다른 지역의 한지보다 더 우수한 것처럼 홍보하고 일부 언론을 통해 이런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루브르 박물관에 참석한 것처럼 보도가 되기도 했다. 이번 국제회의의 본래 취지나 현장 상황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루브르 박물관 관계자들은 매우 언짢아했다. 한지를 생산하는 한국의 지역들이 서로 다투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신뢰를 중시하는 유럽시장에서 한국의 한지가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현장을 취재하고 기록한 필자로서는 루브르 박물관 관계자 앞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국제회의는 유럽시장에 일본의 전통 종이를 대신해 우리 대한민국의 한지를 알리기 위함이지, 각 지자체의 종이 홍보 행사가 아니었다. 이 회의를 교두보 삼아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행사로 발전시키려면 자치단체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국내의 우수한 한지를 해외로 내보내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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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시장에서 일본 종이가 있던 자리를 우리의 한지로 대체하려면 전주와 문경, 의령과 원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한지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한지산업에 대한 국가기관의 교통정리가 선행될 필요도 있다.

어쨌든 이번 회의의 성과는 좋았다. 그 덕분에 루브르 박물관 복원연구소는 내년 서울에서 동덕여대와 함께 한지 관련 포럼을 개최한다고 한다. 특정 자치단체의 한지를 넘어 우리 모두의 한지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서주희 전통공예 전문작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내일을 위한 과거의 종이#종이 문화재#우리 전통 종이#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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