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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美中 新냉전 예고한 ‘트럼프 독트린’… 시험대 오른 한국

입력 2017-12-20 00:00업데이트 201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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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8일(현지 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 안보와 번영을 침해하려고 시도하면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s)’로 규정했다. 두 나라를 ‘경쟁국(competitor)’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미국 이익 보호를 국가안보전략의 최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트럼프식 세계질서의 새판 짜기 구상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미 언론들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정치 슬로건을 넘어 외교정책을 인도하는 힘이 됐다며 ‘트럼프 독트린(doctrine)’으로 규정했다.

안보전략 보고서는 특히 중국을 31번이나 언급했다. 중국을 글로벌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파트너로 표현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2015년 안보전략에 비교하면 2배나 많다. 트럼프는 중국을 향해 “위반,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 감지 않겠다” “무적의 힘이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라며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패권 도전을 군사력 증강으로 압도할 것도 예고했다. 그동안 중국이 ‘자유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초해 견지해온 대중(對中) 협력정책을 더 이상 펴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미중(美中) 신냉전을 알리는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중국은 19일 주미 중국대사관 성명을 통해 “미중이 대립하면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북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점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고 17번이나 언급했다. 오바마의 안보전략 때 3번 언급된 것에 비하면 미국의 국가전략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세계적 위협’으로 규정한 뒤 ‘(북핵 문제는) 처리될 것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한반도 지역 방어를 위해 일본, 한국과 미사일 방어에 대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한국 편입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어도 우리가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 시 사실상 약속한 ‘3불(사드 추가 배치·미국 MD 편입·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3불에 대해 미국과도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해온 것과도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사실상 군사적 옵션을 선택지에 포함시켰다.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전쟁 불가’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역사의 시련들로 구축된 한국과의 동맹 및 우호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보고서 내용에 일견 안도하면서도 앞으로 한국 외교가 헤쳐 나가야 할 무거운 숙제를 헤아려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중국과의 공조보다 한국과 일본 및 국제사회 주도의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식 북핵 해법과 북한을 옹호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는 중국식 해법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는 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한미동맹의 반석 위에서 안보를 지켜나가며 우리의 머리 위에서 벌어지는 미중의 패권 경쟁에 국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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