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다리’ 그녀가 담아낸 황홀한 색채

김선미기자 입력 2017-12-13 03:00수정 2017-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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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여성화가 로랑생 첫 한국 전시회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이 소장했던 ‘키스’(1927년·왼쪽)와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시기의 ‘자화상’(1924년). 예술의전당 제공
마리 로랑생 씨(1883∼1956).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프랑스 파리 미라보 다리에서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의 연인이었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가 쓴 시 ‘미라보 다리’가 그 다리에 새겨져 있었으니까요. 근처 오퇴유에 살던 당신은 그와 다리를 거닐며 사랑을 속삭였겠죠. 그런데 운명은 질투가 많던가요. 1911년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기욤이 연루되면서 당신들의 사랑이 끝났으니까요.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시 ‘미라보 다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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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이 2013년 당신의 탄생 130주년을 기려 열었던 마리 로랑생 회고전은 당신을 재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죠. 그때 가장 많은 작품을 내놓았던 곳이 일본 나가노현의 마리 로랑생 미술관이었어요. 한때 문을 닫았다가 올해 7월 도쿄에 다시 연 이 미술관 작품 160여 점이 이번에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첫 한국 나들이를 왔답니다.

전시장에 서면 왜 전시명이 ‘색채의 황홀―마리 로랑생 전’(내년 3월 11일까지)인지 단박에 알 수 있어요. 분홍, 옅은 파랑, 청록, 우수가 감도는 회색…. 언어로 설명이 부족한 황홀한 색채들이니까요. 여성 화가가 드물던 1900년대 초반 미술 교육기관인 아카데미 앙베르에서 조르주 브라크와 함께 그림을 배우고, 파블로 피카소의 작업실에서 앙리 루소 등과 어울리며 ‘몽마르트르의 뮤즈’로 불렸던 당신. 사생아로 태어나 남성 작가들 사이에서 외로웠던 당신. 그런데 윤곽선을 없앤 평면과 녹아드는 듯한 파스텔 색채가 동시대 남성 작가들과는 뚜렷하게 달라요. 남성 위주 입체파와 야수파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관에 충실한 독특한 화풍이에요. 남성의 눈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응시한 아름다운 여성성을 보니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이 함께 밀려듭니다.

생전에 가브리엘 샤넬의 초상화(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를 그리고 의상과 무대, 잡지 디자인까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했던 당신은 올해 가을 세계적 패션쇼에서도 환생했습니다. 니나리치는 당신의 작품을 큼지막하게 프린트한 코트와 스커트를 무대에 올렸죠.

당신은 당신의 유언대로 파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한 손엔 장미, 한 손엔 나의 연인 아폴리네르의 편지를 가슴에” 올리고 계신다고요. 예술의전당 전시장에 있던 당신의 말을 되새깁니다. ‘우아함은 콘트라스트의 미묘함에서 시작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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