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 화산 7900m까지 화산재 뿜어내… 발리공항 잠정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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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분화… 최고단계 경보 발령
반경 10km내 주민 전원 대피령… 54년전 분화땐 1100명 목숨 잃어
항공편 취소돼 5만9000명 발묶여… 한국인 관광객도 상당수 포함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최고봉(해발 3142m) 아궁 화산이 본격적인 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부터 화산재가 뿜어져 나온 분화구 안에선 붉은 용암이 차올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만간 용암이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 재난당국은 인근 주민 수만 명을 대피시키는 등 긴급 조치에 돌입했다.

27일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의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대변인은 “(25일부터 화산재를 뿜던 화산이 잠잠하다가) 26일부터 다시 폭발성 분화를 시작해 반경 12km까지 폭음이 들리고 있다”며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강조했다. 용암이 차오른 정상 분화구 주변에서는 화산 활동의 전조를 알리듯 붉은빛이 관측됐다.

아궁 화산은 해발 약 7900m까지 화산재를 뿜어냈으며, 분출된 화산재는 바람을 따라 동남쪽으로 서서히 이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밤에 관측되는 분화구 인근의 불빛도 강해지고 있어 빠르면 이번 주 내라도 대규모 분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BNPB는 27일 오전 6시를 기해 아궁 화산 경보 단계를 전체 4단계 중 제일 높은 ‘위험’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또 분화구 반경 6∼7.5km였던 대피구역을 8∼10km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 내 주민들에게 전원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해당 지역 마을 22곳에는 주민 10만여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궁 화산은 세계적인 대형 화산 중 하나로 1963년 분화한 적이 있다. 당시 이곳에 살던 마을 주민 11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후 반세기 가까이 침묵을 지키던 아궁 화산은 올해 9월부터 활동을 재개했으며, 25일 오후부터 26일 사이 4차례에 걸쳐 잇따라 화산재를 뿜어냈다.

인도네시아는 이른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어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궁 화산을 비롯해 활화산이 약 130개 존재한다. 2004년엔 자바섬에 있는 브로모 화산이 분화해 2명이 폭발로 날아온 돌에 맞아 사망했고, 2014년엔 수마트라섬 서쪽에 위치한 시나붕 화산이 분화해 1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의 운영을 2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중단했다. 응우라라이 공항의 아이르 아사눌로힘 대변인은 “최소 445개 항공편의 이착륙이 취소돼 승객 5만9000명의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이 폐쇄됨에 따라 27, 28일 양일간 예정됐던 항공편 스케줄이 대부분 취소된 상태다.

공항 폐쇄 결정에 따라 여행업체들은 스케줄 취소에 동반되는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27일 오후 6시 인천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KE629편과 28일 오전 1시 25분 발리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KE630편이 결항되면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도 28일 출발하는 항공편까지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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