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행복해야 발달장애 자녀도 행복”

노지현 기자 입력 2017-11-17 03:00수정 2017-11-17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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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문 연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16일 서울 강서구 발산로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모인 어머니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동료를 상담해 주는 동료상담가 교육을 받고 있다.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제공
다른 이가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순 없지만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장애아를 키우며 속앓이하는 부모에게 이런 ‘상담’은 더욱 절실하다. 서울 강서구가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만든 것도 이 부모들을 위해서다.

8일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를 위한 공간이다. 아이를 돌보다 부모 모두 지쳐서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장애인을 직접 돕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을 도와서 궁극적으로는 그들끼리 자조(自助)모임을 만들게 해 보자는 것이다. 다른 광역단체들이 10년 전부터 이런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만든 것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16일 지원센터가 입주한 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 2층에는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 15명이 모였다. 이효심 ‘장애부모 동료상담가 양성 과정’ 강사가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전화를 걸고 있거나 손님이 앞에 있는데 ‘1000원만 (주세요)!’ 하면서 귀찮게 하는 아이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웃음을 터뜨린 엄마들이 앞다퉈 말했다. “손님이 있으면 혼을 못 내고 1000원을 준다는 걸 아니까.” “어휴, 나는 화부터 나요.” “저는 일단 전화를 끊어요. 안 그러면 제가 힘들기도 하고 통화도 어려워서….”

이 강사는 “엄마가 다른 데를 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싫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엄마와 끊임없이 접촉해 소속감을 느끼고 싶고, 애정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표현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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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통해 어머니들은 장애부모 동료상담가 되기를 배운다. 내 아이를 이해하는 법도 배우지만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처지이면서 고민도 비슷한 다른 부모들을 상담해 주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동료 상담가다.

왜 동료 상담가가 필요한지를 이은자 지원센터장이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 70대 노모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40세 발달장애 아들과 기초생활수급 혜택만 받으며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노모는 “저도 발달장애 아이를 키워요”라고 동료 상담가가 문틈으로 말하자 그제야 문을 열었다. 이 지원센터장은 “‘엄마가 죽은 다음에도 자식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말에 노모는 닫힌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지원센터에서는 발달장애아의 취업, 결혼처럼 ‘선배’ 부모가 미리 겪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지원센터는 ‘비장애 형제자매클럽’도 만들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형(언니·누나)이나 동생을 둔 아이들의 모임이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형이나 동생에게만 관심을 쏟는다고 생각해 우울해하거나 학교에서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가족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집 아이들과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센터는 강서구에 사는 장애인(약 2만8000명) 가족만 올 수 있다. 그러나 노원구나 양천구에서도 “친척 장례식장에 잠깐 다녀와야 한다” “몸이 아파서 혼자 병원에 다녀오고 싶다” 등을 호소하는 전화가 온다. 내년에 도봉구와 강남구에도 지원센터가 생기지만 이런 호소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지난해 서울시청 앞에서 대책을 세워 달라며 40일 넘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지원센터장은 “부모들은 ‘긴급 돌보미’를 원하지만 담당 인력은 태부족이다. 가족이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장애인#발달장애#자녀#가족#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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