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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단독]“한국 공연 같이 갈래?” “네가 간다면 기꺼이”

입력 2017-11-13 03:00업데이트 2017-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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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환상 파트너 김기민-테레시키나 내한공연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파트너인 빅토리야 테레시키나의 러시아어 통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테레시키나의 솔직한 평가에 통역 도중 쑥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지며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프리모르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 세계 정상급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25)과 빅토리야 테레시키나(34)가 주역으로 나섰다.

김기민은 5년 만의 국내 공연이고, 테레시키나는 한국에서의 첫 무대. 두 사람의 압도적인 무대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아 두 사람은 계속 무대로 나와야만 했다. 이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을 비롯해 이원국, 홍향기, 김현웅 등 국내의 수많은 발레계 인사가 공연장을 찾았다.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테레시키나의 통역은 김기민이 직접 맡았다. 김기민은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달라는, 마치 시험을 보는 각오로 한국 무대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테레시키나는 “기민이가 한국 팬들이 절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믿지 않았는데,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영국 런던 코번트 가든에서 ‘라 바야데르’ 무대에 올라 극찬을 받은 김기민(오른쪽)과 빅토리야 테레시키나.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제공
올해 초 김기민은 테레시키나에게 “한국에 공연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했다. 네 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외국 공연을 꺼리는 테레시키나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가 간다면 같이 갈게!” 테레시키나의 한국 공연 결정에 마린스키 발레단 모두가 놀랐다. 그만큼 두 사람은 파트너 그 이상이다.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은 지난해 한국 남자무용수로는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았다. 마린스키 발레단 간판인 테레시키나는 완벽한 기술과 연기, 예술성을 겸비한 세계 최고 발레리나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은 지난 6년간 100회가 넘는 무대에 파트너로 함께 섰다. 2011년 김기민의 첫 주역 데뷔 때 테레시키나가 파트너를 맡았다. 2013년 테레시키나의 출산 뒤 복귀 무대 때는 김기민이 파트너로 나섰다.

“테레시키나는 무대에서나 밖에서나 겸손해요. 특히 파트너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함께 춤을 추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나오죠.”(김기민)

“김기민은 러시아 출신이 아닌데도 항상 폭발적인 관객 반응을 이끌어내요. 5년간 연기력이 많이 늘었고 이젠 진정한 예술가가 됐어요.”(테레시키나)

천부적인 신체조건과 재능을 갖춰 초고속 승진을 해온 두 사람에게는 특별한 점이 하나씩 있다. 바로 겸손이다.

“무대에서는 저 자신을 향해 한없이 칭찬해요. ‘잘하고 있어’라고요.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누구보다 가장 잔인한 비평가가 되죠. 잘못한 점을 고쳐야 하니까요.”(김기민) “신기하게도 아이를 낳고 나서 춤이 더 쉬워졌어요.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발레에 덜 집착해요. 물론 연습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걸 늘 잊지 않습니다.”(테레시키나)

김기민은 다음 번 마린스키 발레단 한국 방문 땐 ‘라 바야데르’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 했다. “‘라 바야데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그때도 같이 무대에 설래요?”(김기민) “당연하죠! 제 최고의 파트너인데요.”(테레시키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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