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민병선]날쇠는 궁금하다 “사드는 해결된 건가요?”

민병선 국제부 차장 입력 2017-11-10 03:00수정 2017-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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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마라 ‘별에서 온 그대’. 중국에서는 아직 한류를 규제하는 한한령이 철회됐다는 소식이 없다. 동아일보DB
민병선 국제부 차장
‘남한산성’에서 낫, 호미를 만들어 파는 대장장이 서날쇠. 그는 요즘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려 기쁘다. 한동안 중국 거래처는 무슨 이유인지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동네에서 들리는 소문으로는 중국이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수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제 남한산성에는 중화권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며 활기를 띠기 시작하지만 언제 중국에서 다시 찬바람이 불어 먹고살기가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서당 언저리에도 못 가봐 배운 게 없는 날쇠는 학식이 높은 김상헌 대감과 최명길 대감을 찾아가 이 문제를 물었다. 김 대감은 대표적인 친중파이고, 최 대감은 친미파로 불리는 인물이다. 두 대감이 날쇠에게 한반도의 물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날쇠=사드 문제는 이제 다 끝난 것입니까.

▽김상헌=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본다. 이번에 한중 간에 논의가 오갔다는 ‘3NO’ 원칙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3불(不) 약속’을 했다며 앞으로 이슈 때마다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였다’고 표현하며 약속하지 않았다고 했다. 뭔가 새로운 외교적 성과가 급했던 정권이 사드로 인한 백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3NO를 내놓고 합의문에는 넣을 수 없다고 한 것 같다. 그야말로 문제의 봉합에 불과한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중국 사신은 “지금 하는 건 사드 보복도 아니다. 진짜 제재는 시작도 안 했다”고 하더라.

▽최명길=
미국은 3NO에 대해 “확정적인 건 아니다”라며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이건 약속했건 안 했건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주권 포기라는 말까지 꺼낸 것 보면 아주 강한 불만 표시라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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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쇠=근데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를 가지고 왜 이렇게 싸웁니까.

▽김상헌=
사드는 결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니라. 미국의 전 세계 미사일방어체계(MD) 전략의 일환으로 사드를 갖다 놓은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인 거지.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아까 말한 그 중국 사신은 이런 말을 하더라. “사드는 최근 너무 가까워진 한국과 중국을 떼어놓으려는 미국의 전략이다.”

▽최명길=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 미국은 근래 몇 년 새 한국과 중국이 너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년이 되는 해다. 수교한 1992년 한국 교역량은 63억 달러였는데, 지난해에는 2114억 달러로 33배나 늘었다. 반면 한국과 미국 교역량은 지난해 1096억 달러였다. 중국과 거래의 절반이었지.

▽날쇠=미국이 중국과 한국 사이를 시샘한 것인가요.

▽김상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2016년만 해도 75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2015년 590만 명, 2014년 612만 명이었지. 서울 청계광장, 백화점, 명동에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중이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가까워진 거지.

▽최명길=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결혼(한미 동맹)은 우리랑 했는데, 연애는 중국과 한다’고 볼 수 있는 거지. 정치적으로도 빅 이벤트가 있었잖아.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 중국 사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날쇠=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와서 분위기가 좋았으니 한미 관계는 회복되는 것 아닙니까.

▽최명길=
그게 쉽지 않은 문제다.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잘 아는 주한 외국인 교수는 “이번 트럼프 방한 중 가장 잘한 일은 1박 2일로 짧은 일정을 짠 것”이라고 말하더라. 트럼프는 한국에 애정이 없고, 한국 대통령과도 케미(궁합)가 잘 안 맞는다고 하더라. 다만 미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핵심 파트너인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적절한 선의 친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김상헌=
크게 보면 중국은 대륙세력, 미국과 일본은 해양세력이다. 한국은 수천 년 동안 대륙세력의 일부였는데, 광복과 더불어 미국과 가까워져 해양세력으로 편입된 모양새이지.

▽날쇠=
그럼 중국과 미국 중 누구와 친해져야 하나요.

▽김상헌=
가까운 중국과 함께 해야지. 중국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인권 수준도 낮지만, 우리가 먹고살려면 가까운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중국이 못마땅하더라도 말이다.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최명길=
김 대감은 어찌 백성들을 그런 국가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십니까. 친교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대 말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이고 우리와 전쟁을 함께한 혈맹 미국과 함께 가야지요.

▽날쇠=
백성들이 이런 걱정 안 할 남한산성의 봄은 언제 올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상은 영화 ‘남한산성’의 주인공들을 가상으로 내세워 사드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쓴 글이다.
  
민병선 국제부 차장 bluedot@donga.com
#사드는 해결된 건가요?#미국 3no#영화 남한산성#중국 사드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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