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예산 영화로 국제영화제서 두각… “청소년에 희망 주고 싶어”

박희제기자 입력 2017-11-03 03:00수정 2017-1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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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 스타 고봉수 감독
지난달 제2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에서 고봉수 영화감독(가운데)이 출품작 ‘튼튼이의 모험’ 시사회 직후 영국 영화평론가들과 대담하고 있다. 이 영화로 고 감독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고봉수 감독 제공
“자극적인 영화보다 인간미가 넘치고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고봉수 영화감독(41)은 ‘고봉수 사단’이 생겨날 만큼 독립영화계 스타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신작 ‘튼튼이의 모험’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2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LEAFF)에서 ‘한국적이면서 영국식 유머가 넘쳐난다’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 감독은 인천 서구 검단 한 교회의 선교활동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도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지난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장편 독립영화 ‘델타 보이즈’로 대상을 받았다.

LEAFF에 이어 남미 최대 영화제인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튼튼이의 모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를 배출한 전남 함평 명문 중학교 레슬링부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뒤 2일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만난 고 감독은 “요즘 시골 학교 레슬링부원은 다문화가정 같은 저소득층 학생이 주축이다. 학교 지원까지 끊겨 존폐 위기에 놓인 레슬링부를 감독이 사비를 들여 가르치고 있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꼭 레슬링 선수만이 아닌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학생으로 키우려는 감독의 교육 방침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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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5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출연 배우 5명은 전작 ‘델타 보이즈’에도 출연했다. 이들은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고 감독은 시나리오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 대부분을 홀로 도맡았다.

“카메라를 빌려 쓰는 등 촬영장비가 열악하지만 300편 가까이 찍다 보니 초저예산으로 영화 만드는 비법을 터득했다. 영화를 사랑하면서 마음에 맞는 배우와 제작진이 어울려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고 감독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제작에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인지 대부분 작품은 ‘관객 없는’ 영화였다. 이를 딱하게 여긴 시나리오 작가가 지난해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배우 5명을 고 감독에게 소개했다. 이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첫 장편영화가 ‘델타 보이즈’였다.

이 작품 역시 제작비 200만 원을 들여 10일 만에 완성했다. 푸드트럭을 몰며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 이야기로 취직 연애 결혼 희망을 포기한 N포세대의 실태를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처지의 독립영화 감독들도 “그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이토록 작품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느냐”며 놀라워한다고 한다.

고 감독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지원한 카메라 장비로 무성 흑백영화 ‘다영 씨’를 최근 완성했다. 현재 영화배급사를 통해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했다. 고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 미국 유학 시절 선보인 10분 안팎 단편영화로 각종 미국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2010년 귀국해 야심 차게 만든 첫 장편 ‘델타 보이즈’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말고도 제21회 인디포럼,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제4회 인천독립영화제에서 다양한 상을 받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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