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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한손으로 스푼 젓고, 다른 한손에 책들고 살았다”

입력 2017-10-20 03:00업데이트 2017-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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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 英 바이엇
4남매 엄마, 성공작가 되기까지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은 최근 영국 런던 외곽의 자택 서재에서 “문장을 정교하면서도 쉽게 쓰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은 그의 방대한 독서량을 보여주는 듯하다. 런던=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근 찾은 런던 외곽 러숌은 영국 특유의 빨간색 벽돌집이 이어져 있는 한적한 동네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1층 창가에 앉아 있는 제7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작가 앤토니아 수전 바이엇(81)의 모습이 보였다.

“저는 태양을 좋아해요. 햇볕이 잘 들고 정원도 보이는 이곳을 좋아하죠.”

바이엇은 1974년부터 이 집에서 43년째 살고 있다. 거실 옆, 하늘이 보이는 천장에서 자연광이 들어오고 푸른 나무줄기가 늘어져 내려오는 곳에 식탁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학교 가까운 곳을 찾다 고른 집이지만 집 주변에 나무가 많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다리를 다친 후에는 1층 창가 책상에서 글을 쓴다.

그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불편해 시상식에 참석할 수가 없다.

바이엇은 “한국의 기자를 우리 집에서 만나게 돼 너무 반갑고 기쁘다”며 한국에 자신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진정 기뻐했다. 그는 “나는 영국인을 위해서도, 유럽인을 위해서도 글을 쓰지 않는다”며 “전 세계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건 내 세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이기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유’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요한 작가 50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영국 대표 작가다. 그런 그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어떻게 구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나쁜 책은 다른 책과 비슷한 책이고 좋은 책은 모르는 새로운 것을 알게 하는 책”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언어의 특성을 잘 살린 책이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언어는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원숭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할 수는 없다”며 “나는 프랑스 시골에 집이 있어서 매년 여름 두세 달 가 있는데, 프랑스어로 생각하다 보면 영어로 생각할 때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집 거실 벽은 수십 점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고슴도치, 부엉이 같은 동물 조각도 많았다. 이런 예술품 수집은 바이엇 부부의 취미이기도 하지만 예술가인 막내딸 영향도 컸다. 1983년까지 런던대에서 영국과 미국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는 사남매를 뒀다.

어떻게 아이 4명을 키우면서 글도 쓰고 교수도 했을까. 영국 문학의 대가도 육아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엌에서 스토브에 냄비를 올려놓고 한 손으로 스푼을 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을 들었어요. 엄청나게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됐죠. 늦게 자는 건 익숙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주말에는 절대 글을 쓰지 않았죠.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었거든요. 이 일을 해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바이엇은 20대였던 1964년 첫 소설을 냈고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쓰고 있다. 그는 “20대 때와 종류는 다르지만 지금도 글 쓰는 게 참 어렵다”며 “글을 쓰다 슬럼프에 빠질 때는 다른 글을 시작하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으며 헤쳐 나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박경리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다. 바이엇은 “그녀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나는 그걸 즐기고 있다”면서 “6개월 뒤쯤 메시지를 전해주겠다”며 환히 웃었다.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8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바이엇 작가를 대신해 마틴 프라이어 주한 영국문화원장이 참석한다.
 
런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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