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제구력 얻고 싶다면? 캐치볼을 허투루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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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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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속구 투수가 각광받는 시대가 있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몸값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타격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시속 150㎞가 훌쩍 넘는 공도 타자들에게 쉽게 통타당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구속만으로는 프로무대에 살아남기 어려워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제구력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제구력을 향상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빼어난 구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구가 좋지 않아 1군 무대에서 사라지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흔들리던 제구가 잡히면서 특급투수가 되는 선수들이 있다.

● 환골탈태한 김강률의 비결

대표적인 투수가 두산 김강률이다. 김강률은 입단 첫 해부터 직구 구위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였다. 김강률의 신인 시절부터 그를 잘 아는 kt 김진욱 감독은 “(김)강률이의 공은 타자들이 때려내도 내야를 벗어나기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구위가 좋았지만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너지기 일쑤였다. 굉장히 안타까운 경우였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김강률이 올해 확 달라졌다. 필승불펜으로 자리매김하더니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될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김강률은 “지금까지 제구가 항상 고민이었는데 캐치볼을 하다가 지금의 투구폼을 찾았다”며 “훈련을 지켜보던 코치님도 ‘중심이동과 투구 밸런스가 굉장히 좋으니 투구도 그렇게 해보라’고 하셨고, 나 역시 그때의 감을 잊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제구력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투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캐치볼을 통해 제구력을 교정하며 일약 팀의 든든한 마무리로 떠오른 두산 김강률.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투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캐치볼을 통해 제구력을 교정하며 일약 팀의 든든한 마무리로 떠오른 두산 김강률.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캐치볼 허투루 하지 마라

김 감독은 김강률이 말한 ‘캐치볼’에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많은 선수들이 캐치볼을 경기 전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좋은 폼과 투구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캐치볼을 해야만 나중에 투구할 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캐치볼을 할 때 투구밸런스과 중심이동이 좋은 투수들은 굉장히 많다고 한다. 심적 부담 없이 편하게 공을 던지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적의 투구폼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막상 마운드에 서면 포수에게 던질 때 낮고 세게 던져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중심이동이나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KBO리그에서 제구력에 관한한 손꼽히는 두산 유희관도 캐치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캐치볼은 매일 반복해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장난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나쁜 습관이 들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캐치볼을 할 때 상대의 가슴 높이에 정확히 던지려고 노력했던 게 제구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 역시 한국에 있을 때는 불펜피칭을 캐치볼로 대신 하면서 자신의 투구폼을 다잡곤 했다. 캐치볼은 투수에게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래서 더 소홀할 수 있지만,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건물은 무너지기 쉽다. 캐치볼을 허투루 하지 말아야할 이유다.

수원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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