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방정부 셧다운 되더라도 국경장벽 건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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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예산통과 반대 움직임에 경고… 공화당도 “국민 원치않는 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필요하다면 연방정부도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건설이 의회 반대로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미국 전체의 안전이 위기에 처했다”며 “연방정부를 폐쇄해서라도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가 다음 달 말까지 국경 장벽 예산을 포함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잠정 폐쇄·shutdown)’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핵심 공약인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정부 셧다운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들어 야당과 여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의 희망에 반해 그 길을 가길 원한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셧다운의 길을 앞장서면 된다”고 쏘아붙였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23일 오리건주 인텔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셧다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닉스 집회에 참석했던 공화당의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애리조나)도 “셧다운하면 공화당도 다친다. 가장 원치 않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셧다운 경고가 나오자 미 증시가 흔들렸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87.80포인트(0.4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47포인트(0.35%) 하락했다. 이날 증시 하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피닉스 집회에서 “우리는 너무 나쁘게 이용당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타협이 안 될 것 같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미 하원은 지난달 27일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 일부를 통과시켰지만 이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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