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8세… 4人의 ‘연극 청년’ 대학로 달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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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81세 오현경-76세 이호재… 75세 김도훈 감독-79세 노경식 작가
2회 ‘늘푸른연극제’서 관객들 만나

오현경
“봄이 되면 아버지만 좋아. 봄이 몇 번이나 바뀌어야 이 땅이 우리 것 될까.”

일곱 형제를 슬하에 둔 탐욕스러운 아버지(오현경 역)가 ‘학’처럼 흰 두루마기를 챙겨 입고 무대에 오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또렷한 화술과 꼿꼿한 자세다. 연극 ‘봄날’은 권력과 재물, 여자 어느 것 하나 잃지 않고 모든 걸 소유하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 아래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들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33년 전인 1984년 초연 때부터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올해 2회를 맞은 ‘늘푸른 연극제’의 첫 번째 작품인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봄날’은 첫 공연부터 관객의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노배우 오현경의 투혼이 빛을 발했고, 극작가 이강백의 손에서 빚어진 주옥같은 대사들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귓전을 맴돌았다.

올여름 연극계의 키워드는 ‘평균 78세’ ‘원로 연극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인 원로 배우 오현경(81)·이호재(76), 연출가 김도훈(75), 극작가 노경식(79)이 의기투합해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진행되는 ‘늘푸른연극제’에 나란히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평균 78세 고령의 연극인들이 한데 모였지만 열정만큼은 여전히 20대처럼 뜨겁다.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선 김도훈 감독이 연출한 연극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스 작)이 올려진다. 1976년 극단뿌리의 창단공연으로 선보인 뒤 꾸준히 공연되며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 사회가 겪은 계층 간 갈등을 이질감 없이 ‘바로 우리의 가정’으로 묘사해낸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최종원, 차유경, 장우진, 전지혜 등이 출연한다.

노경식 작가의 연극 ‘반민특위’도 11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무대에 오른다. 광복 후 반민특위가 시대 상황과 친일경찰 세력의 악랄한 방해공작으로 비극적 해체와 파탄을 맞이하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연극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극작가 이만희가 배우 이호재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세 친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기억의 저편에 묻어야 했던 첫사랑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18∼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늘푸른연극제#연극 청년#배우 오현경#배우 이호재#김도훈 감독#노경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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