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박쥐’로 알려진 붉은박쥐의 게놈을 세계 최초로 분석해 멸종 위기에 빠진 이유를 찾았다. 붉은박쥐는 간빙기를 적응하지 못하고 약 5만 년 전부터 개체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박쥐는 천연기념물 452호로 멸종위기 1급 동물이다. 국내에서 확인된 개체 수는 450∼500마리에 불과하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발견된 붉은박쥐 사체에서 얻은 DNA 시료를 활용했다. 게놈에는 진화 과정 중에 변한 유전 정보의 다양성 정도가 기록돼 있는데, 이를 통해 붉은박쥐는 간빙기를 앞둔 약 5만 년 전에 개체 수가 가장 많았다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놈 안 유전 정보가 다양할수록 개체 수가 많았던 시기인 것으로 추산한다.
연구에 참여한 박영준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붉은박쥐는 간빙기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개체 수가 크게 줄었고, 1만 년 전 현생인류의 등장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지금은 멸종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