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 발전 위해 자율성-정부지원 확대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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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 국립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9개 거점 국립대학 총장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점 국립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9개 거점 국립대학 총장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역 균형발전과 고등교육 정상화의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게 지방 국립대학의 발전이다. 특히 각 광역지자체에서 고등교육의 근간 역할을 해온 거점 국립대학들은 인재의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경제를 살릴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거점국립대학들은 그동안 인재와 교육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으로 위상이 흔들려온게 현실이며,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 겹겹의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거점 국립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사진 왼쪽 위쪽부터), 윤여표 충북대 총장, 이상경 경상대 총장 (사진 오른쪽 위쪽부터)
김헌영 강원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사진 왼쪽 위쪽부터), 윤여표 충북대 총장, 이상경 경상대 총장 (사진 오른쪽 위쪽부터)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거점 국립대학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회장 이남호 전북대총장)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유성엽)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는 강원대 김헌영, 경북대 김상동, 경상대 이상경, 부산대 전호환, 전남대 정병석, 전북대 이남호, 제주대 허향진, 충남대 오덕성, 충북대 윤여표 총장 등 전국 9개 거점 국립대학 총장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또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국민의당)과 박경미 유은혜(이상 더불어민주당) 염동열(자유한국당) 송기석 윤영일 최경환(이상 국민의당) 김세연 의원(바른정당) 등 여야 의원들을 비롯해 교육부와 국립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병석 전남대 총장, 이남호 전북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허향진 제주대 총장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병석 전남대 총장, 이남호 전북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허향진 제주대 총장
토론에 앞서 발제에 나선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은 “국립대 위기의 원인은 각종 규제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매개로 한 통제에 있다”며 “대학에 자율성을 주되 책임은 묻고, 재정 지원은 선진국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전 총장은 또 “학과와 전공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정원 1, 2명을 줄이려 해도 극렬히 저항하는” 국립대학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발제를 한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거점국립대의 유형화, 특성화 및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거점대간 연계를 강화하고 정부차원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규선 동아일보사 고문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총장들은 “거점 국립대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지식을 공급해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면서 “거점 국립대가 살아야 지역이 발전하고, 지역이 발전해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국립대가 교육기관을 넘어서 ‘사회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균형발전과 국립대 발전의 선순환을 위해 이날 총장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대학정책인 ‘거점 국립대 육성’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은 이날 총장들의 토론 요지(대학 이름 가나다 순).

윤영호 yyoungho@donga.com·이종승·안영식·손진호 전문기자


▼김헌영 강원대 총장▼

대학 자율성 보장하는 평가 돼야…획일적인 잣대로 대학 평가는 그만

정원감축 이행여부,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 등록금 인상률 등 대학통제를 위한 일률적인 평가 지표에 따른 평가 결과 건전한 국공립대학이 오히려 저평가되는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학이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에 목을 매게 됐다. 그러다보니 대학의 자율성이 위협받고, 대학 서열화도 강화된다. 구조개혁 평가 등 각종 평가가 분명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이 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존중하는 구조개혁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일률적인 정원 감축을 요구하는 구조개혁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교육부가 주체가 된 일률적인 구조개혁 평가보다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학이 처한 상황이나 지역 여건에 맞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중인 대학구조개혁촉진 및 지원법 제정은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거나,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고사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대학에 대한 통제를 전제로 하지 말고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개혁 노력을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김상동 경북대 총장▼

거점국립대연구플랫폼(NURP) 구축…국가연구소와 거점 국립대 통합을

한정된 재원 하에서 거점 국립대가 국가 균형발전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려면 출연 연구소로 대표되는 국가연구 시스템과 거점 국립대를 통합하는 거점 국립대 연구 플랫폼(NURP)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 UC버클리대의 국가연구소인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했다. 국가 및 국가연구소, UC버클리대, 기업의 동반 성장을 가져 왔고, UC버클리대도 세계적인 명문대 반열에 올랐다.

NURP는 국가적 차원의 혁신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거점 국립대 네트워크 형성의 기반이 될 것이다. 국가연구소가 수행하는 응용 연구와 거점 국립대의 기초 연구도 쉽게 융합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 시스템의 집적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대학과 국가연구소는 각각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여서 통합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두 부처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이해관계자 모두의 지혜도 필요하다.


▼이상경 경상대 총장▼

재정 뒷받침 돼야 발전 가능…지역특성화 분야 선도해야

지역에서 대학 발전기금 모금은 한계가 있다. 결국 재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거점 국립대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지방이 발전하고 이에 따라 수도권 집중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국립대학지원특별법 제정 등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도 대학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거점 국립대는 해당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한 인적 물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광역 단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 분야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책무도 안고 있다. 지역사회의 전 영역에서 필요한 고급 인재를 육성해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큰 구실을 할 때 지역은 대학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거점 국립대는 교육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더해 최근엔 창업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대학 스스로 가치 창출이라는 혁신을 통한 발전도 이뤄야 한다. 그래야 지역을 견인하는 중추 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제대로 된 연구중심대학 육성하면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 될 것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회사인 QS가 최근 발표한 ‘2017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 미국 대학이 무려 15개나 포함됐다. 이유는 뭘까. 이들 대학은 모두 연구중심대학이다.

연구중심대학은 전 학문 영역에 걸쳐 학사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부 교육에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ematics) 교육과 기초과목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박사학위과정을 통해 대학원 교육을 집중 육성한다. 즉 연구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이들 대학이 오늘날 미국을 만드는 저력인 셈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대학·정부·지자체·연구지원재단·기업 및 기부단체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그런가하면 국립대의 재정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연구중심대학과 교양중심대학으로 구분·육성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기본으로 하는 장기적인 대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

자율성 줘야 대학 발전…교육비 명문사립대 수준 돼야
거점 국립대의 시대적 책무는 국가 발전을 위한 지역 거점 성장 동력 확보다. 이런 책무를 달성하려면 자율성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총량 규제 도입을 검토할 때다. 가령 교직원의 직종·직급별 정원을 총량으로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 운영 차원에서도 성과 규제 이외의 규제는 모두 폐지해야 한다. 가령 시대 변화에 맞춰 정원 내에서 단과대나 학과를 신설 통합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대학에 줘야 한다.

또 국공립대 전임 교원 책임 강의시수(1주일 9시간) 규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학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 교수들이 책임시수 확보 때문에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대학에 유연성을 주면 대학의 조직 개편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자율성의 기반은 재정 안정성이다. 거점 국립대 역할을 재인식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현재의 1500만 원에서 서울의 명문 사립대 수준인 2100만 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대규모 연구도 거점 국립대에 집중돼야 한다. 또 교직원 보수 현실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

지방정부도 국립대 재정 지원해야…대학 경상비는 전액 국가 부담 필요


거점 국립대는 서울 유명 사립대를 위한 교수 인큐베이터로 전락했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해 놓으면 사립대가 스카우트해 간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 재정 건전성이다. 법률에 근거해 재정 지원을 안정적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 정부에만 의존했는데 거점 국립대의 수혜자가 지방 정부라는 점에서 지방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지방재정 관련 법에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 실질 경상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국가 부담 비율은 57% 정도다. 등록금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반값 등록금 정책의 취지는 알겠지만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져 생기는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대학 발전기금 투자 다각화 및 수익성 증대를 위한 과감한 규제 폐지도 요망된다. 주무관청의 사전승인 및 복잡한 절차를 완화해 발전기금 운영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발전기금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소액다수 기부금 제도 및 특별소득공제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

국립대 설치·육성 위한 특례법 필요…대학 내부 혁신 통해 경쟁력 키워야

거점 국립대가 세계 수준의 대학과 맞먹는 연구 및 교육 역량을 갖추도록 하려면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먼저 가칭 ‘국립대학 설치 및 육성을 위한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의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 상호간 협력을 통한 ‘윈윈’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86.86%에 머물러있는 거점 국립대의 전임교원 확보율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질 높은 교육을 확보할 수 없다. 교수 인건비 총액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보수체계를 구축해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거점 국립대를 포함한 지역특성화 국립대학 정상화를 위한 시드 머니 성격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국립대의 유형별로 범주화해 차별적 재정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장관과의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평가에 따라 차등적 지원을 해나가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 내부혁신 없이는 경쟁력을 결코 확보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제도개선, 재정지원, 내부혁신의 삼위일체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


▼오덕성 충남대 총장▼

4차 산업혁명은 인성과 기술의 결합…문사철 등 기초 학문 분야 버려선 안돼

흔히 4차 산업혁명을 기술 혁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사람의 인성(人性)에 소프트웨어나 과학기술 등을 접목해 앞에 없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앞으로 10년간 최소한 3분의 1쯤의 직업이 새로 생길 것이고, 이는 모바일로부터만 나오는 게 아니다.

거점국립대학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어떤 식으로 양성할 것인가를 제안해 차별성을 갖는 것이다.

문사철(文史哲)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붙여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신입생의 경우 교양과정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맞게끔 재교육시켜야 한다. 2학년은 인문사회와 예술에 공학 과학을 묶는 정도의 복수전공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야 한다.

문사철 등 기초 학문 분야를 거점국립대학이 버려서는 안 된다. 거점국립대학이 문사철 등 기초학문을 가지고 있을 때 100년, 200년 버틸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지역균형발전의 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윤여표 충북대 총장▼

시장변화 대비해 대학도 혁신해야…거점 국립대학간 네트워크 만들자

정부주도의 경쟁적 획일적 구조개혁이 아닌 대학주도의 협력적 자율적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 구조 급변에 대비한 대학교육체제 혁신도 필요하다.그리고 사회구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학교육 플랫폼 구축도 요구된다.

국립대학의 선도적 변화와 개혁을 위해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한다. 이는 대학 간 상생발전 가치를 기반으로 인적·물적 교류, 학점 교류, 시설 공유를 넘어서는 대학 간 혁신적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거점 국립대학 간 네트워크에서 출발해 거점 국립대학-지역 국립대학, 더 나아가 사립대학-국립대학 네트워크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가칭 국립대학네트워크운영위원회를 설치해 기본 방향을 수립하고, 국립대 간 비교우위 분석을 기초로 대학 간 효율적인 분업·협업체계를 구축한다. 그런 다음 공동 교육과정 운영, 융복합 공동 연구 추진, 공동 산학협력체제 구축, 국제화를 위한 공동 협력 등 부문별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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