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이탈리아 성당 벽화 왜 판에 박은 듯 같은지 아시나요?”

손택균기자 입력 2017-07-05 03:00수정 2017-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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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술 이야기 3, 4권’ 출간… 교회 건축과 중세 유럽 미술 소개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성당 예배실에서 만난 양정무 교수는 “그리스정교 성당의 돔천장화는 표현 재료가 시대에 따라 다를 뿐 거의 동일한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 주택가 언덕. 대로변의 모습과 대조적인, 초록색 청동도금 돔 지붕 건물 하나가 솟아 있다. 1968년 건축가 조창한 씨의 설계로 지어진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성당이다.

국내 신자 규모 1만여 명의 한국정교회 본산인 이곳에서 4일 오전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4권’(사회평론) 출간기념 간담회를 연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50)는 “이번 책은 교회 건축을 중심으로 중세 유럽 미술 전반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글을 쓰며 고비를 맞을 때마다 그리스정교 문화의 본질을 그대로 재현한 이 공간을 찾아와 힘을 추슬렀다”고 말했다.

가톨릭에 비해 그리스정교 예술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기회가 적었다. 8세기 비잔틴 제국의 성상파괴운동 이후 반성의 시기를 겪으면서 종교예술의 엄정한 형식미를 가다듬으며 정립된 것이 그리스정교 예술의 특징이라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스정교에서는 종교를 주제로 삼은 모든 이미지와 조각에서 장식적 요소가 배제된다. 작가의 개인적 해석을 개입시킨 차별화를 거의 허용하지 않고, 주제별로 동일한 이미지와 디테일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서울의 성 니콜라스 성당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의 내부 그림이 판에 박은 듯 흡사한 건 그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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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콘크리트 벽체에 철골 돔을 얹어 전통적 조적구조 성당의 모양새를 따라 지은 이 건물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 내부 벽화가 없었다. 지금의 천장화와 벽화는 1995년부터 3년간 소조스 야누디스 그리스미술대 교수가 방문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2007년 울산 성당에도 동일한 그림을 그린 야누디스 교수의 천장화 복판에는 그리스도의 이미지와 함께 한글로 ‘만물의 주관자’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정교회 대교구장인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는 “그리스정교는 종교예술의 형식미에 엄격한 반면 정착한 지역의 고유 언어를 받아들여 그 언어로 교리를 전하려 한 유연성을 보여줬다. 종교예술은 예술의 형식으로 빚은 성서다. 현지의 교인들이 쓰는 언어를 통해 교리의 본질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흔히 중세를 문화적 암흑기라고 하지만 중세 유럽 사람들은 교회의 규모와 디테일을 통해 공동체가 가진 힘과 예술적 기술적 성취를 경쟁적으로 드러내려 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모든 유럽의 성당에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중세미술 숙제를 마쳤으니 다음 책에는 르네상스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쓸 계획”이라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그리스정교 예술#성 니콜라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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