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다마스커스의 칼과 김정은의 핵

김순덕 논설주간 입력 2017-07-03 03:00수정 2017-07-0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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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전수받은 화학무기로 제 국민 학살하는 시리아… 세습독재에 인권유린까지 닮아
“인권 거론은 北체제 흔드는 일”… 좌파는 무서워서 입을 닫았다
“인도주의적 남북대화” 지지… 한미 정상회담 큰 성과일 것
김순덕 논설주간
도검(刀劍) 마니아들은 다마스커스 검을 안다. 중세 유럽 때 십자군 기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는 무슬림 전사들의 ‘악마의 칼’이다. 17세기까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집중 생산된 특유의 줄무늬가 있는 칼인데 지금도 제조법을 모른다고 한다.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는 다마스커스 검 아닌 북한서 배워 만든 화학무기로 아이들까지 죽음으로 몰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국빈 만찬 중 시리아를 폭격한 것은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미국은 지난주 대북(對北) 거래은행인 중국의 단둥은행을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전략적 인내도 거의 끝났다는 의미다.

중국은 분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놀랐을 것 같다. 2005년 북핵 해법에 합의한 9·19공동성명 직후 미 재무부가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단둥은행처럼 묶는 바람에 북한이 파투 낸 역사가 있다. 이 때문인지 한미 공동성명엔 문 대통령이 주장한 ‘단계적 북핵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언론 발표에서 “두 정상은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을 뿐이다. 트럼프는 되레 북핵에 ‘확실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권이 우리 훌륭한 오토 웜비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전 세계가 목격했다”고 북의 인권유린을 거칠게 비판했다.

세습독재에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중국계 은행에서 무기거래 자금세탁, 심지어 인권범죄까지 시리아의 아사드와 북한 김정은은 난형난제(難兄難弟)다. 2014년 북한과 시리아의 인권침해 유엔보고서를 비교한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의 행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시리아 정부는 자국민 살해, 고문, 강간, 임의구금, 강제실종 등의 비인도적 행위를 저질렀지만 북한은 여기에 몰살, 집단노예화, 강제이주, 박해까지 인종격리 정책을 제외한 모든 반인도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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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거둔 가장 큰 성과가 북한의 끔찍한 인권침해에 대한 양국의 관심과 의지라고 나는 본다. 한미 공동성명은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문장 다음에 ‘양 정상은 북한 인권침해에 깊이 우려했고, 트럼프는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고 명시했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북에 물어보자고 했네, 안 했네를 놓고 공방이 벌어진 것이 대선 직전까지였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10년 한 강연에서 북한에 인권과 민주주의 개념이 들어서기 위해선 시민사회가, 시장이, 개혁·개방이 있어야 한다며 결국 외부 위협이 없을 때 개혁·개방도 가능하다고 했다. 인권을 거론하면 북한이 내정간섭이자 체제 붕괴 의도로 간주하므로 체제 보장부터 해주든가 아예 입을 닫아야 한다는 게 이른바 진보의 주장이다. 북한인권법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발의 11년 만인 지난해 간신히 국회를 통과하고도 아직까지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지도 못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서거에 “정권이 바뀌어도 동방정책을 (뒤집지 않고) 유지해 통일을 이끌었다”고 애도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 못지않은 독일 통일의 동력이 서독의 인권 정책이었다. 보수 정치인인 콜은 물론이고 서독의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동방정책의 화해협력 시기에도 국내외에서 동독 인권 상황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1987년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 국가평의회 의장이 서독을 방문했을 때 콜이 면전에서 인권을 거론했을 정도다. 동독의 인권유린을 낱낱이 기록하는 잘츠기터 기록보존소 설립을 본격적으로 제언한 이는 훗날 동방정책의 구현자인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당시 서베를린 시장이었다.

단계적이든 포괄적이든 문 대통령이 북에 손을 내밀 때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반드시 제기하기 바란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까지 노예노동을 해야 하는 북한의 인권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를 탄생시킨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문샤인 정책이 자칫 핵 폐기는커녕 김정은만 배불린 뒤 핵폭탄으로 돌아올까 걱정스럽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인도주의적 남북대화#한미 정상회담#다마스커스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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