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파업’ 급식조리원 “학생들에 미안…일 똑같은데 정규직 50%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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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30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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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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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리원과 교무보조, 돌봄전담사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 5000여명이 전날에 이어 30일 이틀째 총파업을 벌인 가운데,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고혜경 씨가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학교 비정규직 파업 배경을 토로했다.

고 씨는 30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저도 아들과 딸을 둔 두 자녀 엄마이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아이들 밥을 굶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마음 아프고 속상하다”고 밝혔다.

이런 미안함에도 파업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가 무기계약직이다 보니까 정규직 조리사와 비정규직 조리사 간에 보이지 않는 차별, 무시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자존감도 떨어진다”며 “또 처우에서도 임금이 50% 정도 차이가 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 씨는 급식조리원의 근무환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8시간 근무를 하는데, 저희 학교 같은 경우 8시 20분까지 출근해서 바로 식재료 검수를 하고 그다음에 씻고 다듬고 이런 전처리 작업을 한다. 그리고 바로 음식 조리로 들어가는데 11시 20분쯤에 배식을 시작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시 정도쯤에 배식이 끝난다. 그러면 그때 아이들이 남긴 밥으로 점심 한 끼를 때우고 바로 설거지에 들어간다”며 “아이들이 먹었던 식판이나 조리할 때 썼던 그런 기구들을 설거지를 하고 한 4시 정도에 마무리하고 4시 20분쯤에 퇴근한다”고 덧붙였다.

고 씨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연차나 병가가 있어도 마음대로 쓰질 못한다. 또 학교 급식실 천장이나 후드를 청소할 때가 굉장히 힘들다. 천장이나 후드를 닦을 때 국솥이나 튀김 솥 위로 올라가서 닦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저도 한 번 뒤로 떨어져서 허리를 다친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학교나 교육청이 구해주지 않고 저희들 보고 대체인력을 구해오라고 한다.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이제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제가 빠지면 동료들한테 피해가 가고 그러다 보니까 허리에 복대를 차고 (일할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정규직과 처우까지 똑같이 해 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들은 정규직처럼 공무원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교사를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 정규직에 한 50% 수준의 임금을 받는데, 한 80% 수준의 임금은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범 동아닷컴 기자 euro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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