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문재인 정부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계승자로 생각”

이승헌 특파원 입력 2017-06-21 03:00수정 2017-06-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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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닌 美 亞太안보소장 인터뷰
“‘미스터 문(문정인)’이 워싱턴에 다녀간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햇볕정책 3단계 정부임을 선포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방미 기간 중 그를 비공개로 접촉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결정 등 한미 현안을 논의한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사진)은 19일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최근 워싱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3단계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햇볕정책을 이어받았다는 의미다.

문 특보와 오래 알고 지낸 크로닌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한반도 및 동아시아 군사안보 분야의 대표적인 온건중도 성향 지한파 전문가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하 일문일답.

―문 특보가 16일 우드로윌슨센터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미 전략무기 배치 축소를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국무부가 논평까지 내며 비판했는데….

“문 특보 발언처럼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미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은 있다. 문제는 집권 후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분이 워싱턴에서, 그것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했다는 데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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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는 특보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이 발언을 했다고 한다.

“(웃음) 워싱턴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다. 문 특보는 윌슨센터 기조연설 전에 내가 조율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미국 측 전문가들과 여러 논쟁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자리에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배석시켜 ‘내 발언을 제대로 적고 있나?’며 일일이 지휘(instruction)했다. 자신의 발언과 반응을 한국 외교부를 거쳐 문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특보 자격으로 왔으니 그렇게 한 것 아니겠나.”

―정부 출범 초기엔 ‘문재인은 김대중, 노무현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워싱턴에 꽤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출범 초와는 좀 달라지지 않았겠나. 문 특보가 워싱턴에 다녀간 뒤 내가 접촉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이 10월 달력을 꺼내보며 걱정을 했다.”


―10월 달력? 그게 무슨 말인가.

“워싱턴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10월 4일 전후를 주목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2차 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일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10주년을 맞는 감회와 소감, 한반도 상황을 바꾸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남다를 것이다. 최근 논란에 문 특보의 발언까지 겹치면서 점차 트럼프 행정부는 문 대통령이 그날을 전후로 북한에 꽤 거대한 제안과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미국으로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려면….

“나를 포함해 한미 동맹의 소중함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번 회담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는 게 현실적 바람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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