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도인 입장 막은 이태원 유명업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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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국가 출신은 못 들어간다”… 직원이 신분증 검사뒤 입구서 제지
피해 인도인, 유튜브에 동영상 올려… 국내 누리꾼 “인종차별” 비난 봇물

3일 오전 1시경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 입구에서 직원(왼쪽)이 “인도인은 입장 불가”라며 인도인 쿠마르 씨 일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쿠마르 씨 일행이 이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뒤 해당 업소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유튜브 캡처
3일 오전 1시경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 입구에서 직원(왼쪽)이 “인도인은 입장 불가”라며 인도인 쿠마르 씨 일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쿠마르 씨 일행이 이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뒤 해당 업소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유튜브 캡처
3일 오전 1시경 서울 이태원의 한 유명 식당 앞. 인도에서 온 키슬라이 쿠마르 씨(25)는 외국인 친구 4명과 함께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분가량 줄을 선 뒤 마침내 쿠마르 씨 일행의 차례가 왔다. 친구들이 차례로 들어가고 쿠마르 씨의 차례. 그는 입구에 있던 한 남성 직원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그러자 직원은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쿠마르 씨가 “왜 안되냐”고 묻자 직원은 “노 인디안(No Indian)”이라고 외쳤다. 쿠마르 씨가 믿기지 않아 다시 묻자 직원은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몽골 이집트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며 “그게 우리 식당의 룰”이라고 반복했다.

해당 업소는 다양한 음식과 술을 팔고 다트 당구 등 게임도 할 수 있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릴 정도로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쿠마르 씨가 일행을 부르기 위해 입구로 다가서자 직원은 재차 “노 인디안”을 외쳤다. 그리고 손으로 쿠마르 씨의 몸을 가로막았다. 당시 상황은 쿠마르 씨 일행이 촬영한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고 하루 만에 5만 명 이상이 봤다. 누리꾼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해당 업소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외국인의 글이 올라왔다.

쿠마르 씨는 2년 전 학업을 위해 한국으로 왔다. 인도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현재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국제무역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쿠마르 씨는 6일 “한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과 같은 곳이다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차별 문화가 조금이나마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을 올렸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업소 관계자는 “용역업체 소속 보안요원들이 특정 국가 출신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건 몰랐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며 손님들께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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