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홀몸노인 30억 땅 뺏고 정신병원 넣은 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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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해 한때 매출 수백억 원의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A 씨(67). 그러나 1992년 부도를 맞고 회사를 정리했다. 그는 남은 돈으로 서울 양재동과 성내동 일대 토지 약 330m²를 구입했다. 이후 양재동 땅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운영하며 살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차라리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하라”고 조언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동네 토박이였던 박모 씨(57) 역시 A 씨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지인 정모 씨(45)에게 A 씨 소식을 전했다. 욕심이 생긴 정 씨는 A 씨를 속여 재산을 가로채기로 결심했다.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가 있는 A 씨가 국가정보기관에 원인 모를 공포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정 씨 일당은 2015년 1월 A 씨의 컨테이너를 찾아가 “안기부(안전기획부)에서 나왔다. 당신을 수사하고 있다”며 전기충격기를 들이댔다. 겁에 질린 A 씨는 지시에 따라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내놓았다. 이들은 A 씨의 땅을 모두 팔아치워 30억 원가량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입을 막기 위해 충북 청주 등 지방의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7개월에 걸쳐 감금했다. 범행이 끝난 뒤에는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 씨 일당은 지인 김모 씨(61·여)를 동원해 A 씨와 혼인신고까지 하게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강도 및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정 씨와 박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공범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조현병#홀몸노인#30억#땅#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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