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사회 하나로 만든 ‘하와이 한인성당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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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남녀 합창단 합동 공연… 비신자 등 600여명 성당 가득 메워
가곡 등 함께 부르며 향수 달래

마노아 한인성당에서 열린 아도르 떼와 아모르의 합동 공연 모습. 성당을 빼곡히 채운 교민들이 합창단의 공연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마노아 한인성당 제공
마노아 한인성당에서 열린 아도르 떼와 아모르의 합동 공연 모습. 성당을 빼곡히 채운 교민들이 합창단의 공연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마노아 한인성당 제공
미국 하와이 주도인 호놀룰루 남동쪽 마노아 카운티. 병풍처럼 높은 산에 둘러싸여 한적한 이 마을이 16일 오후(현지 시간)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마노아 한인성당에 호놀룰루의 한국 교민이 대거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차량은 성당 주차장을 채우고 인근 도로를 점령했다.

○ 교민 축제된 한인성당 공연

수일 전부터 한인 신문방송과 교민 조직을 통해 알려진 이 성당 초청의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여성합창단 ‘아도르 떼(Ador Te)’ 및 대전교구 가톨릭 남성 합창단 ‘아모르(AMOR)’의 합동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공연은 이날 오후 7시 600여 명이 성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교민사회 축제처럼 열렸다. 1996년 이민 온 김용태(요셉) 성당 홍보부장은 “전에 없이 많은 사람이 성당을 찾았는데 40%가량은 비신자”라고 말했다.

공연 팀은 오래 준비해온 합창곡과 특별게스트 독주 독창 등 13곡을 선보였다. 두 합창단은 아마추어지만 프로의 전당인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매년 정기 공연을 할 정도다. 2월에는 대전예술의전당이 마련한 대표 아마추어들의 축제 ‘윈터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다. 설희영 지휘자는 칼 젱킨스의 ‘레퀴엠(진혼곡)’을 대전에서 초연해 주목을 모았다.

아도르 떼가 ‘강 건너 봄이 오듯’ ‘눈’ ‘꽃구름 속에’ 등 우리 가곡으로 고국의 산하를 펼쳐 보였다. 아모르는 홍난파의 ‘사공의 그리움’에 이어 ‘나 어떡해’ 등으로 이뤄진 ‘7080 대학가요제 메들리’로 추억을 자극했다. 대전 출신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비올리스트 안용주 씨가 자크 오펜바흐의 ‘자크린느의 눈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충남 당진 출신으로 미국에서 성악을 공부한 뒤 최근 귀국한 소프라노 박세희 씨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그리운 금강산’으로 갈채를 받았다. 설 지휘자의 지휘는 어느 때보다 정교함을 더했다. 8시 반경 공연이 막을 내렸지만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치면서 떠나지 않았다.

○ ‘고향의 봄’ 앙코르 요청도

마노아 한인성당은 8년 동안 평양에 머물다 하와이에 돌아온 에드워드 헬로린 신부가 1938년 이곳의 한인 신자들과 한국어 미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들어서는 대전교구 신부들이 고정적으로 파견되고 있다. 이날 공연이 교민 축제로 열린 것은 이곳이 교민 공동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하와이의 유일한 한인성당이기 때문이다.

성당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 아닌 고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언니, 동생, 친구로 이뤄진 아마추어 공연단이 찾은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그래서 더욱 향수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자 한 교민이 “밤새도록 해 주세요”라고 주문했고 다른 한 교민은 앙코르 곡으로 성가 아닌 ‘고향의 봄’을 요청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1976년 이민 왔다는 김정옥(소피아·64) 씨는 “평소에 절에 다니지만 고국 사람들이 공연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왔다”며 “감동과 추억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설 지휘자는 “교민들이 너무 행복해하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앞으로 합창단의 기량을 더욱 높이고 준비도 많이 해 호주 공연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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