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백혈병 장남 발인한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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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21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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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동아일보 DB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동아일보 DB
21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60)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매 정부에서 중용되며 ‘고졸 신화 주인공’으로 꼽혀왔던 정통 경제 관료다.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후보자는 11세 때 부친을 잃고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을 떠돌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덕수상고를 졸업한 만 17세 때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김 후보자는 “100m 달리기 경쟁에서 50m 쯤 뒤쳐진 채 출발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은행 합숙소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주워든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국제대)을 다니는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붙으며 고위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엘리트 집합소로 불렸던 경제기획원에서 “요즘은 저런 학교 출신도 오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주류였지만 실력으로 편견을 극복하며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김 실장은 2013년 10월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냈다. 발인한 당일 오후 출근했고, 다음 날 원전비리 근절대책을 직접 발표하는 등 업무에 철두철미한 면모를 보였다. 나중에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기도 하다”라며 뒤늦게 슬픔을 전했다.

아주대 총장 시절에는 성적, 어학실력과 상관없이 학생의 형편과 의지만 보고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애프터 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월급 절반을 기부했다. 김 후보자는 “계층 사다리를 뛰어넘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줘 그들에게 작은 용기라도 전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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