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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詩를 재료로 쓴 만화” “의미굴절 노심초사”

입력 2017-05-16 03:00업데이트 2017-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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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그래픽 포엠 ‘구체적 소년’ 출간한 시인 서윤후-만화가 노키드
시를 만화로 녹여낸 ‘만화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서윤후 시인(왼쪽)과 만화가 노키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두려워도 계속 ‘소년을 노래하고 싶다’는 시인과 ‘나는 아이가 아니야’라고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이고 싶은 만화가가 있다. 시인은 “만화가의 작품을 위해 시와 이야기를 빌려줬다”고 했고, 만화가는 “의미가 굴절될까 조심스러워 허투루 연필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시구(詩句)를 재료 삼아 만화로 구현해낸 만화시편(Graphic Poem)인 ‘구체적 소년’이 출간됐다. 시와 만화가 만나는 제3의 장르를 탄생시킨 두 사람, 시인 서윤후(27)와 만화가 노키드(본명 김영식·35)를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만화가의 작품입니다. 제 작품이 다른 장르와 닿았을 때 이토록 유연해지고 구부러질 수 있어 너무 좋은 기분입니다.”(서윤후)

만화시편 ‘구체적 소년’에 수록된 시 ‘독거청년’의 한 장면. 네오카툰 제공
만화시편 ‘구체적 소년’에 나오는 시 스무 편은 서 씨의 작품이다. 첫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에 수록된 작품 50편 중 일부로 ‘구체적 소년’에 담긴 시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소년성(少年性)이다. “소년이라는 존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잖아요. 그때 느끼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감정을 말하고 싶었어요.”(서윤후)

서 씨의 시엔 서사가 있다. 고운 문장으로 구성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그의 시는 만화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편집자 이지웅 씨는 “서윤후의 시는 묘사어구가 많지 않음에도 읊다 보면 풍경이 그려진다”고 평했다. “서윤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그림들이 마구 떠올라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고 제안을 받았을 때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노키드)

시를 만화로 옮기면서 그는 ‘허니와 클로버’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미노 지카(羽海野チカ)를 떠올렸다. “주인공들이 대사를 나누는 도중, 컷과 컷 사이에 독백을 넣는 일본 작가예요. 대사 도중 인물들의 생각이 내레이션으로 표현되거든요. 가슴을 뭉갤 만큼 탁월한 기법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노키드)

일러스트풍 그림들과 중간중간에 자리한 시구의 조합은 웹툰 작가 이슬아의 표현대로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바쁘게 한다. 이 작품을 위해 두 작가는 시와 그림에 대한 A4용지 20장 분량의 코멘트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시인이 의도한 바가 있고 이걸 오해 없이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굴절 없이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모호하고 또 어려웠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노키드)

“오히려 시와 만화의 의미가 어긋나야 재미있지 않을까요? 시를 읽는다는 건 각자 팔레트의 다른 물감을 녹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를 보고도 저마다 다른 물감이 녹는 게 시를 읽는 재미니까요.”(서윤후)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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