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턴 火電 10기 4개월 가동중단… 문제는 전기료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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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국민건강 달린 문제” 응급처방… 에너지정책 변화 예고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석탄화력발전의 일시 중단 업무지시는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이 달린 환경 문제를 놓고 경제 논리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및 수급 문제와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



○ 셧다운으로 미세먼지 1∼2% 감축


정부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6월 한 달간 가동을 멈추면 전체 미세먼지의 1∼2%가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축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불편이 큰 만큼 당장 시행 가능한 조치부터 실천해 나가겠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은 전체 석탄화력의 1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질소·황산화물(NOx, SOx) 등 오염물질 배출량 비중은 19.4%에 달한다. 청와대는 내년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3∼6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고, 이들 발전소의 폐쇄 시기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완료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차 운행 중지를 검토할 정도로 미세먼지 악영향이 커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경규 환경부 장관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발표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환경·복지 이슈에 대해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을 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제까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화력 유지 및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는 경제적 희생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고, 새 정부에서는 이를 인정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비용 증가-수급 차질 불가피할 듯

문제는 석탄화력 폐지에 따라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석탄화력 발전단가는 원자력발전소보다는 높지만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 비해서는 훨씬 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석탄화력의 발전단가는 5월 기준 1kWh당 평균 49.0원으로 LNG발전(83.3원)의 절반 수준이다. 석탄화력 전기 생산이 줄어들수록 전체 발전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실행되면 2030년 석탄화력 비중은 25%로 하락하고, 가스발전 비중은 37%로 크게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최대 25%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일단 올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전기료 인상 부담은 0.2%(약 69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한전이 자체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매년 4개월씩 셧다운을 정례화하고 부족해지는 전력 공급을 LNG로 대체할 경우 연간 4000억 원가량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LNG 가격이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진다. 이미 지난해 누진제 개편으로 연 1조3000억 원가량의 부담을 안게 된 한전이 오롯이 떠안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될 경우 결국 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개편해 지금보다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전력 수급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탈(脫)원전 공약과 맞물려 심각한 전력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달 전력 수급도 장담할 수 없다. 여름철 전력 피크(peak)를 앞두고 발전소들이 정비에 들어가 전력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9·15 대정전 사태는 발전소 정비 기간이었던 초가을에 발생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사라지는 발전소는 많은데 이를 대체할 설비가 마땅치 않아 늘어날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노후 시설 폐지를 가속화하면 안정적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문병기 기자
#미세먼지#대책#셧다운#석탄화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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