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천은 작가의 힘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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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 인큐베이터 ‘오펜’센터서 꿈 키우는 최수현-지훈-성욱 씨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신인 드라마 작가 창작 지원 공간 ‘오펜’센터에서 집필활동 중인 최지훈 최성욱 최수현 씨(왼쪽부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신인 드라마 작가 창작 지원 공간 ‘오펜’센터에서 집필활동 중인 최지훈 최성욱 최수현 씨(왼쪽부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람들이 꿈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드라마 작가의 매력 아닐까요.”

최수현 씨(41·여)는 7년째 드라마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었지만 둘째를 낳은 이후부턴 작가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25년 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지금도 다시 볼 정도로 잊을 수가 없어요. 시간이 흘러도 찾아보는 대하드라마 작가가 될 겁니다.”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위치한 ‘오펜’센터.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데뷔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3인의 드라마 작가 지망생을 만났다. 오펜센터는 CJ E&M과 CJ문화재단이 드라마와 영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마련한 창작 지원 공간. 약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온 35명의 예비 작가를 위한 집필과 강의 공간이 365일 운영된다. 우수 작품 10편은 올해 하반기 tvN에서 단막극으로 방송된다.

이 같은 지원 공간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드라마 작가의 지원·데뷔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 콘텐츠 업계의 현실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 데뷔 통로는 대표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드라마 극본 공모전이다. 공모전이 열리면 2만∼2만5000편의 작품이 출품된다. 하지만 지상파 3사를 통틀어 1년에 10편 내외의 대본만이 당선의 영광을 거머쥐는 것이 현실.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드라마 고시’로 불리는 이유다.

이마저도 신인 작가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단막극 분야는 KBS 한 곳에서만 진행한다. MBC는 2014년부터 단막 드라마 전용 프로그램인 ‘드라마 페스티벌’을 폐지하고, 미니시리즈 공모만 진행하고 있다. 건축자재 사무실에서 일하며 작가 데뷔를 준비하는 최지훈 씨(31)는 “공모전에 당선되더라도 실제 드라마로 데뷔하는 경우는 1년에 3, 4명 정도”라며 “워낙 문이 좁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스타 작가의 보조 작가로 활동하며 꿈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이나 안정적인 시스템이 부재해 실제 작가로 데뷔한 경우는 극소수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대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를 꿈꾸고 있는 최성욱 씨(33)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팀으로 작가진이 운영되고, 작가에서 PD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아 비교적 작가 데뷔 기회가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이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한목소리로 “드라마의 원천은 작가의 힘”이라고 말했다.

“작가를 하면 굶어죽기 십상이라고 하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 없어요.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작가가 될 겁니다.”(최지훈 씨)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한 것도 정말 원해서 한 꿈은 아니었어요. 정말 원하는 일인 만큼 제대로 노력해야죠.”(최성욱 씨)

“초등학생 애들이 마감시간 때면 내게 빈둥대지 말고, 일하라고 재촉해요. 애들에게 멋진 엄마가 될 겁니다.”(최수현 씨)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신진 작가 인큐베이터#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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