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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과 성희롱 판치는 '오버워치', 블리자드는 '나몰라라'

입력 2017-04-03 16:52업데이트 2017-04-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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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전략 FPS 게임 '오버워치'가 여성 혐오와 성희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워치'를 즐기는 여성 게이머 가운데 상당수가 게임을 즐기는 도중 상대로부터 혐오 발언(hate speech) 또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성토하고 있는 것.

그러나 정작 블리자드는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수 개월 째 단속이나 기술적 조치 등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오버워치' 핵 문제에 이어 이번 여성혐오-성희롱 문제까지 늑장 대응하면서 블리자드의 게임 운영이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오버워치‘ 게임 사진 / 블리자드 제공

<여성 회원들, 10판 중 1~2판은 '혐오 경험'>

"게임을 즐기기 위해 팀보이스에 접속해서 여자라는 것을 드러내면 '여자네. 이번 판도 졌다 시X'이라는 식의 혐오 발언을 듣기 일쑤다. 가끔 가다 이런 발언을 들으면 그냥 미친개한테 물렸다치고 넘어가겠지만, 점점 그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경쟁전 마스터 등급에 도달한 한 여성 게이머는 "'오버워치' 내에 여성 혐오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며, "10판 가운데 1~2판은 단지 여자 게이머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발언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에서 여성 게이머들을 대동한 상황에서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결과 여성임이 밝혀지면 (딜러, 탱커 모스트 게이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힐러나 해야지. 메르시 골라서 나한테 빨대나 꼽아줘'라는 식의 발언을 듣는 경우가 발생했다. 심지어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 '목소리만 들어도 돼지 같다', PC방에서 그만 살아라 메퇘지야', '실력도 없는데 어떤 놈이 대리 태워줘서 여기 올라온거냐' 등의 각종 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실험에 참가한 여성 게이머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런 발언을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런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고 울기도 했으며, 이런 발언을 한 상대방과 큰 소리로 싸우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발언 때문에 보이스톡에 들어가 여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말했다.

‘오버워치‘ 히로인 여성 캐릭터 / 블리자드 제공

<게임 내 성희롱 문제도 '심각'..여성 게이머들 '스트레스'>

또 다른 문제점도 나왔다. 일산에 사는 대학생 권 모양(24)은 '오버워치'를 즐기다 성희롱을 당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공격하는 여성 혐오와 달리 성희롱은 여성을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보고 각종 불쾌한 성적 발언을 남발하는 것이다.

권 양은 "팀보이스에 접속하면 갑자기 '여자네'라면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는 사람을 만나거나 '나와 만나자 내가 캐리(게임을 이겨주는 것)해줄께'라는 발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도를 지나친 농담이나 이상한 행위가 많아서 웃어 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현재 권 양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짜 친한 지인과만 대화하고, 보이스톡에선 듣기만 하고 말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오버워치'에서 유독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연적으로 여성 게이머라는 사실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6명이 하나가 된 것처럼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음성 대화가 필수로 여겨지고 있고, 때문에 팀보이스(팀으로 묶인 6명이 함께 음성 채팅을 할 수 있는 메뉴)에 접속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팀보이스를 하는 팀은 팀보이스를 하지 않는 팀보다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렇게 게임 내에서 팀보이스로 대화를 진행하다 보니 다른 게임과 달리 여성 게이머라는 사실이 바로 노출될 수 밖에 없고, 때문에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가 다른 게임보다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버워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즐길 수 있는 FPS 게임이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게임에 비해 여성 게이머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블리자드 측의 운영적 조치가 꼭 필요했던 상황이다.

‘오버워치‘ 게임 사진 / 블리자드 제공

<블리자드, 점점 피해가 늘어나도 신고해도 '수수방관'>

이러한 여성혐오나 성희롱 문제는 다른 게임에서도 일부 피해 사례가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국내 PC방 순위 1~2위를 차지하는 인기 게임인데다 게임의 특성상 여성임이 파악되기 쉬워 다른 게임에 비해 훨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형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게임 내에서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블리자드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내에는 아무런 제재 장치도 없고, 여성 게이머들의 피해 호소에도 수 개 월째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를 통해 만난 여성 게이머들은 "수도 없이 신고를 했지만 상대방이 게임 접속 정지 등의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며, "게임 내에서 여성 혐오와 성희롱을 하는 남성 게이머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번 문제로 떠올랐는데 블리자드는 묵묵부답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버워치'의 신고 메뉴에는 욕설, 핵 사용, 게임 진행 고의 방해, 부적절한 배틀태그(아이디) 등의 메뉴는 존재하지만 혐오 발언이나 성희롱 등을 신고하는 메뉴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타로 등록한 후 신고하면 되지만, 과연 혐오 발언과 성희롱이 기타로 등록될 만큼 보잘것 없는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본지에서 이에 대해 블리자드 측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신고 메뉴 등 내부 확인을 해보겠다."는 답변만 들려올 뿐 일주일째 블리자드 측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막장 운영'에 대한 공식 답변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연희법률사무소의 이지연 변호사는 "게이머가 음란한 부호나 음향을 공연히 전시할 경우, 형사상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호 위반으로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와는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민법 제760조 제1항)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게임업체의 경우, 게이머들의 음란한 표현이나 성차별적 욕설 등을 제지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민사상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민법 제760조 3항)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취재 :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공동 취재 :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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