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게이머들에게 희망을. 대전 콘솔게임의 성지 '워커홀릭'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4월 3일 15시 47분


코멘트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밀려 조금씩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이 다시 꿈틀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부진으로 인해 소니만 해당되는 얘기이긴 하지만, 대작 게임들의 연이은 발매와 소니의 적극적인 한글화 정책 덕분에 다시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발매된 PS4 PRO와 PS VR은 물건이 모자라 중고가 웃돈을 주고 거래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샵들이 용산, 국제전자상가 등 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지방에 사는 콘솔 게임 마니아들은 전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이나 다운로드 콘텐츠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물량이 적고, 가격도 싸지 않다.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이런 상황에서 지방에 게임샵을 열어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대전 지역에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매장을 오픈한 워커홀릭이 그 주인공이다. 워커홀릭은 20년 넘게 콘솔 게임 유통업에 종사한 유병인 대표가 운영 중인 회사로, 지난해 오픈한 대전지점에 사비를 털어 체험관을 운영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덕분에, 대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게임을 살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서 게임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입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요. 대부분의 게임샵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지방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대전에 지점을 냈습니다”

유대표가 연고지도 아닌 대전에 지점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대전이 게임 매장이 없는 대표적인 도시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에서 무슨 장사가 되겠냐며 주변에서는 다 말렸지만, 지방에도 마니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을 선택했다.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유대표가 대전 지점을 내면서 제일 신경 쓴 것은 단순히 게임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게이머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에 체험기 1대 두는 수준이 아니라 매장 2층을 아예 PS4 게임 및 PS VR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며, 게임 대회 등 정기적인 이벤트도 준비했다. 소니에서 약간의 지원을 하긴 했지만, 일개 매장에서 선택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결정이다. 소니 인터렉티브코리아의 안도 테츠야 대표는 워커홀릭 대전 매장에 방문해서 아시아에서 이런 매장을 처음 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워커홀릭은 대전 지역 콘솔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인기 가게가 됐다. 유대표는 2년 정도 고생할 각오로 시작을 했지만, 불과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매장이 됐다며, 특히 체험존 덕분에 직접 와서 즐겨보고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과 달리 직접 방문해서 물건을 구경하기 때문에, 신작을 사려 왔다가 재미있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중소 유통사들의 숨겨진 명작을 같이 구매해 가는 경우도 제법 많다고 한다.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키덜트 열풍 덕분에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생들보다는 경제력이 있는 직장인들의 방문이 많고, 가족 단위 방문도 참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즐길만한 게임을 사면서,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게임도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대표의 말에 따르면 최근에 소니가 만든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광고 이후 방문객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모바일 게임이 유행하면서 콘솔 게임 유통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직업을 잃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었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만족을 못하는 게이머들이 좀 더 본격적인 재미를 찾아 콘솔 게임기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과금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콘솔 게임이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특히, PS4는 PS3 시절과 달리 한글화 타이틀도 많아지고, 재미있는 게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가족끼리 같이 와서 함께 즐길만한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며, 지방에서는 직접 보기 힘든 PS4 PRO와 PS VR를 체험해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대단히 많다고 한다.

지방에도 VR방이 없는 것은 아니나, 비싼 시설비로 인해 대부분 모바일 VR기기만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훨씬 많은 PS VR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PS VR를 즐겨보고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다만,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PS4 PRO와 PS VR의 물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을 터무니없이 받거나,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람이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해 게임샵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대표는 소니 공식 제휴 매장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며,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더 달라고 소니를 조르는 게 일상이며, 서울 본점과 대전 지점 모두 최대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공평하게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했다. 물론 물량 부족 상황 자체를 해결할 수 없으니 어떤 방법을 쓴다고 해도 욕을 먹겠지만, 진짜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판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유대표는 해외에 비해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에 소니 입장에서도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게 어려웠을 것이라며, 예상보다 물량이 많이 부족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업계 종사자로서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장에 가족이 함께 오는 것을 보면 콘솔 게임이 문화로 자리잡는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 지방에 직접 체험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더 늘리는게 목표입니다. 단순히 게임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가고 싶네요”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워커홀릭 대전지점(출처=게임동아)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