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잔향]인정의 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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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한양도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문화재에 대한 안목과 지식이 없고 관광산업 정보에 어두운 탓이겠지만 세계유산 또는 세계문화유산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몇 가지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특정인들이 여러 지역 인류의 다종다양한 유적과 문화유산을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해 적합 또는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걸까. 인증 기준에 적합하든 부적합하든 이미 오랜 세월 존재해 온 공간이나 사물의 가치가 도대체 어떻게 달라진다는 걸까.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방학 날 받은 생활지침 프린트 중에 책 제목이 빼곡히 적힌 ‘필독도서’ 목록이 있었다. 그걸 받을 때마다 난감했다. 책을 아주 적게 읽은 편은 아마 아니었을 텐데도 읽은 책이 거의 없었고, 딱히 읽고 싶은 책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어떤가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매달 ‘읽을 만한 책’과 ‘청소년 권장도서’를 선정해 발표하는 목록이 나왔다. 최근 것을 훑어보니 익숙한 작가의 책이 몇 권 보인다. 그럼에도 이 목록을 기준 삼아 책을 찾아 읽으라거나 친구의 자녀들에게 권하라고 하면 선뜻 따르지 못할 듯싶다.

ⓒ오연경
가치를 인정받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 땅에서 돋아난 전통문화유산이 권위 있는 국제기구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한국 작가의 문학작품이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수상작으로 선정돼 찬사를 받는다면 기쁘지 않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그 무엇도 절대적 가치기준과는 무관하다.

이번 주 책면 글감 선정도, 늘 그랬듯 조마조마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한양도성#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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