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전문가 교수 “사드 논란, 韓中갈등 즐기는 첫 번째 나라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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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가 ‘북한이 잠재적인 적이고 한국은 친구’라며 사드 보복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선즈화(沈志華) 상하이화둥(上海華東)사범대 교수는 19일 다롄(大連)외국어대에서 가진 ‘중조(中朝) 관계사적으로 본 사드 문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북한은 잠재적 적이고 한국은 친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롄외국어대는 중국 외교부 공무원 상당수가 배출되는 외교관 배출의 요람 중 한 곳이다. 이날 강연은 예비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중 언론은 전했다.

선 교수는 사드 문제도 중국의 큰 전략적 목표 하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가 내세우는 전략적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라며 앞으로 수십 년간을 끌어갈 이 전략의 핵심적 기초 중의 하나는 주변국의 안정적인 관계이자 중국과 주변 국가와의 우호관계라고 전제했다.

일대일로 추진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속내가 모두 중국에 우호적이지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사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중국의 실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 일본간 목표와 이익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한국 가운데 누가 중국의 적이고 친구인지를 분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이고 미국 일본은 한국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상황은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며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적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가능한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록 북한과 중국 양국 지도자들의 말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말이 나오지는 않지만 말이 아니라 양측의 근본 이익이 바뀐 것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북중이 친구이고 동맹이었을 때는 마오쩌둥(毛澤東)과 김일성이라는 두 지도자간에 특수한 우의에 기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북중 혈맹관계가 이미 철저하게 와해된 것은 세 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외교적으로는 1970년대 미중 관계의 해빙기로 북중 동맹의 기반이 흔들렸다. 경제적으로는 무상 원조에 의존했던 양국 경제관계가 중국의 시장경제 체제 도입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정치적으로는 1992년 한중 수교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미국이 대중 봉쇄에 나서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지속적인 개혁 개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한국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김일성으로부터 중국이 북한을 한국에 팔아넘겼다는 말까지 들은 이후로는 북중 혈맹관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는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선 교수는 지적했다.

선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친구일 수 있는 이유는 한중 수교 후 중국과 한미간 냉전 상태가 끝나고, 역사적, 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경제·무역의 상호 보완성도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략안보 측면에서 진정으로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일 뿐 한국은 아니라며 “한미일 철의 삼각 동맹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은 중국에 이용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한 대응에 선 교수는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사드 보복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논란에 따른 한중 갈등 상황을 가장 즐기는 나라는 미국이고 그 다음이 북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에서 한중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사드보복이나 반한 감정은 머리에서 지우고 한국의 결정에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어떻든 한국인은 한국인의 지혜가 있을 것이고 중국인도 나름의 지혜가 있다. 정확한 위치가 정해진다면 적과 친구는 가려질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의 강연이 소개된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都)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찬반 댓글을 다는 등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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