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3140만 년 공룡 가계 ‘막장 드라마’?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7-03-24 03:00수정 2017-03-2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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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진 새 ‘공룡족보’ 제시… “헤레라사우루스는 공룡이 아니다”
헤레라사우루스의 얼굴 뼈. 고르지 않고 삐뚤빼뚤하게 자란 치아는 헤레라사우루스가 초식과 육식을 아우르는 잡식성 동물이란 것을 방증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초기 공룡 중 하나인 ‘헤레라사우루스’가 실제로는 공룡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억3140만 년 만에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공룡계의 ‘막장 드라마’가 벌어질까.

이런 주장이 실린 것은 유명 학술지 ‘네이처’ 23일자다. 매슈 배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74종 초기 공룡의 골격구조를 조사했다. 그 결과 헤레라사우루스의 치아 구조나 식성이 파충류인 공룡보다는 소형 포유류에 가깝다는 결론을 냈다.

공룡은 악어, 익룡과 함께 조룡류(鳥龍類)를 조상으로 둔다. 1887년 영국 과학자가 골반의 형태에 따라 공룡을 도마뱀을 닮은 용반목(龍盤目·Saurischia)과 조류를 닮은 조반목(鳥盤目·Ornithischia)으로 분류한 뒤 1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분류법을 써 왔다.

연구진은 공룡의 457개 해부학적 특성을 새로 분석해 통념을 뒤엎은 새 ‘족보’를 내놓았다. 새로 제안된 방식은 ‘오르니소스켈리다(Ornithoscelida)’, ‘용각아목(Sauropoda)’ 그리고 정의를 바꾼 ‘용반목’ 등 3가지로 공룡을 분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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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전통적 분류법에서 용반목에 속했던 수각아목(Theropoda)이 해부학적으로는 조반목과 21개의 유사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이 둘을 묶어 ‘오르니소스켈리다’라 명명했다. 용반목에 속했던 다른 하위 부류 ‘용각아목’은 독립시켰다. 초식과 육식을 가리지 않는 잡식을 하며 신체적 특징은 수각아목과 비슷해 분류하기 애매했던 헤레라사우루스는 새로운 ‘용반목’이란 분류를 만들어 포함시켰다.

헤레라사우루스는 공룡 가족을 잃었지만 조반목 공룡들은 없던 자식이 생겼다. 폴 배럿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전통 분류법에서는 조반목의 혈통이 2억 년 전에 끊겼지만, 새 족보로 분류하면 수각아목이 조반목의 혈통이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족보가 정설로 자리 잡으면 공룡의 역사도 새로 쓰인다. 지금까지 공룡은 지구 남반구에 있던 고대 대륙 ‘곤드와나’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왔다. 헤레라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레라사우루스가 공룡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면 혈통의 시작점은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북반구 고대륙 ‘로라시아’가 된다.

배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룡 진화의 역사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할 ‘신호탄’”이라며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면 기존 공룡의 정의와 기원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헤레라사우루스#폴 배럿 자연사박물관 교수#오르니소스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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