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출두 박 전 대통령, 지지층뿐 아닌 국민 전체 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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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두한다. 검찰은 어제 박 전 대통령에게 그날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고, 변호인단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조사 결과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의 공모자로 돼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4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을 지켜보게 된 국민은 착잡하다.


이제라도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조사는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래 첫 대면조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껏 말로만 ‘진상 규명 협조’를 밝혔을 뿐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보낸 최종 의견서에서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결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헌재의 출석 요청은 외면했다. 헌재가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중대 탄핵 사유로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나가 결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 조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할 책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의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 기다리고 주목할 것이다. 12일 청와대를 떠나는 날, 그는 탄핵 승복 의사를 비롯해 진솔한 심경을 듣고자 했던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서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사실상 불복 메시지를 내놓았다. 명색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대리인을 내세워 억울함만 토로하고 자신으로 인해 국민이 받은 상처는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협량(狹量)을 드러낸 것이다. 차라리 사죄의 마음으로 침묵을 지키는 것만도 못 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이제 남은 과제는 진상 규명과 국민 통합이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한 최고 지도자가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것을 봐야 하는 국민들도 불편하다.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날은 어쩌면 국정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자존심을 국민 앞에 보여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일부 지지층만 보지 말고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마지막 충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무엇이 진정 나라의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길인지 고민하고 전직 대통령답게 처신하길 기대한다.
#박근혜#검찰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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