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왜 하필 대구 서문시장인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입력 2017-03-16 03:00수정 2017-03-1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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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참 서문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62)가 18일 오후 3시 대구 서문(西門)시장에서 19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오른 말이다. 어린 시절 시골 어른들은 뜬금없는 소리를 하면 “얘가 서문 없이 무슨…”이라고 나무랐다. 서문(序文)에서 유래된 것 아닌가 싶다.

홍 지사가 ‘정치적 탁란(托卵)’ ‘빈집털이’라는 지적을 무릅쓰고 서문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대구에서 신천, 신암초등학교를 다니다 경남 합천에서 졸업했다. 그리고 대구 영남중고교를 나왔다. 부모가 어렵게 장사도 했다.

무엇보다 서문시장은 보수 색채가 짙은 TK(대구경북)를 상징하는 곳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일 서문시장을 찾아 화재로 어려움을 겪은 상인들을 위로했다. 보수 본류를 강조하며, 서문시장 상인들이 재기하듯 다시 일어서려는 홍 지사의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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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울산을 포함한 PK(부산경남) 민심은 어떨까. 계산이 빠른 홍 지사는 이들 지역 주민을 집토끼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2012년 7월 8일 민주통합당 소속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 역시 “고향보다는 호남 민심에 기대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집토끼들의 서운함 때문이었을까. 그는 당시 경남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1.16%포인트 차로 졌다.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다. 지사 자리만 홍 지사에게 내줬다.

마침 15일은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 획책에 맞서 마산시민이 떨쳐 일어난 3·15의거 57주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해 이날 마산3·15아트센터에서 열린 국가기념식에 홍 지사는 빠졌다. 대신 서울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차라리 3·15의거 기념식을 마친 뒤 민주화의 상징성이 강한 바로 그 자리에서 출마 선언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채무 제로(0)’를 기념해 도청 입구에 심은 나무 앞도 괜찮았을 것이다. 경남도청이나 도의회도 의미가 있다. 4년 3개월을 함께한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경남도는 민선 도백을 뽑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김혁규 김태호 김두관 홍준표 등 도지사 모두가 잠룡(潛龍)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혁규 김두관의 중도 사퇴에 이어 홍 지사도 임기를 채우지 못할 확률이 커졌다. ‘대권바라기’ 4명 가운데 3명이 중도 사퇴라면 가히 흑(黑)역사라 할 만하다. 홍 지사는 혹여 대선 후보가 되면 지체 없이 지사직에서 물러나 대선과 함께 열릴 도지사 보궐선거가 원활하게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홍 지사의 서문시장행을 두고 지역에서는 “우린 뭐지?”라는 여론이 나온다. 세상사 기본은 내부 평판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다. 총선 낙선과 귀향, 그리고 경남지사로 재기했다가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홍 반장’. 서문시장으로 가기 전 도민에게 메시지라도 전달하면 어떨까. 그가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의 고사를 현실로 만들려면 단시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첩첩산중이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홍준표#대구 서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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