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야 예술? 醜, 美에 도전하다

김지영기자 입력 2017-03-15 03:00수정 2017-03-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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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특별전 ‘예술만큼 추한’ ‘예술만큼 추한’이라는 전시 제목은 얼핏 모순으로 보인다. 예술은 아름답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런데 ‘예술=아름다움’이던가? 정영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은 “예술은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예술만큼 추한’전은 이 정의에 가깝다.

이근민의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근민 작가의 회화 ‘Matter Cloud’와 ‘The Portrait of Hallucination’은 살덩어리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 같다. 군데군데 내장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있다. 화면 가득한 붉은빛은 피로 보인다. 미(美)와 추(醜)의 이분법으로 나눠 본다면, 추하다. 작가는 오랫동안 환각에 시달렸으며 이 증상이 질병으로 진단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는 작가를 힘들게 하는 환각을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불편함과 징그러움이 우선 다가오지만 정신적 고통과 분투하는 작가의 에너지 또한 전달된다.


구지윤의 ‘얼굴-풍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 전시장은 이렇듯 전통적 의미로는 추한 예술들의 연속이다. 구지윤 작가의 ‘얼굴-풍경’과 ‘속임수 거울’은 얼굴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얼굴은 제대로 된 모양이 아니다. 무너져 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작가 자신이 “공사장에서 빠르게 쌓고 허무는 조립과 해체의 과정을 보면서 불안정한 현대사회의 공허함과 우울함, 허무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은 터다. 현대인은 어느 때보다 자아와 개인성을 중시하지만, 그 상징인 얼굴은 작가의 그림에서 해체돼 있다. 그만큼 차가운 비유로 읽힌다.

오치균의 ‘A Figure’ 서울대미술관 제공
감나무 그림으로 잘 알려진 오치균 작가의 초기작도 전시됐다. 대표작인 화사하고 풍요로운 감나무 그림들과 달리 초기작은 어둡고 우울하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린 미국 유학 시절에 그린 ‘홈리스’ 등의 그림들이다. 작가가 겪은 그 시기의 힘겨움이 어둡고 무거운 색채의 그림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승욱의 ‘부재와 임재 사이’ 서울대미술관 제공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삼은 심승욱 작가의 설치작품 ‘부재와 임재 사이’는 깊은 물속에서 건져 올린 잔해들을 상징한다. 부재와 임재 위로 무겁게 흐르는 노래 ‘연가’는 아픔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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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드 사가장의 ‘변형’ 서울대미술관 제공
충격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드 사가장의 ‘변형’이다. 작가는 이 영상 작품에서 자신을 조각품으로 삼는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질퍽한 흙을 던졌다가 닦아내기도 하고, 얼굴에 물감을 바르고 물을 쏟으면서 몸부림친다. 눈에 검은 물감을 그려 넣었다가 헤집거나 입에 붉은 물감을 칠해 흘러내리도록 하는 모습은 해골, 피를 연상시켜 섬뜩한 인상을 준다.

전시장 한쪽 벽에 걸린 장 뒤뷔페의 ‘아버지의 충고’(1954년)가 이 전시회의 연원일 것이다. 21세기의 관람객들에겐 평범해 보이는 이 작품은 그러나 세상에 선보였을 때 큰 충격을 주었다. 기이한 모양의 사람들의 모습, 모래와 자갈 등의 재료로 그려진 거친 질감 등은 앞선 회화가 보여주던 매끄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종언을 알리는 것이었다. ‘예술만큼 추한’에서는 이렇듯 기성의 미(美)에 도전하면서 표현의 에너지를 분출해 온 작가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2000∼3000원. 5월 14일까지.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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