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끝물’ 밀어내기 분양… 부동산시장 체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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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단지 104곳 17만여채 분양… 무이자 대출 등 파격조건 걸어
줄어들던 미분양 다시 증가세로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조감도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조감도
현대건설이 올해 12월 경기 김포시 향산리에 분양할 예정인 ‘김포향산리 힐스테이트’는 3506채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다. 이 단지가 들어서는 땅 39만7000m²(약 12만 평)는 현대건설이 2000년부터 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번번이 좌절되면서 묵혀 놓은 용지다. 현대건설 측은 “김포 시장이 다시 살아났다고 보고 분양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김포시 외곽에 있는 데다 주변에 입주 물량이 몰려 시장에서 분양 물량이 모두 소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올해 김포 한강신도시를 중심으로 입주가 예정된 물량은 1만1133채로 지난해(3844채)보다 3배 많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공급 물량 증가와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가 줄어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단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 호황이 끝물이라는 판단에 묵혀 놓은 대단지를 잇달아 분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식 분양으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이 소화 불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을 했거나 분양이 예정된 단지 중 1000채가 넘는 대단지는 전국 104개 단지로 총 17만4045채에 이른다. 이 중 3000채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는 8곳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정부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25개 지역에서 공급되는 1000채 이상 단지는 32개 단지(5만429채)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단지들의 분양 성적은 비교적 초라하다. GS건설이 경기 오산시 부산동에 지난달 말 분양한 ‘오산시티자이 2차’는 1090채 분양에 1순위 경쟁률이 0.11 대 1에 그쳤다. 2순위를 합친 최종 경쟁률 역시 0.21 대 1로 미분양됐다. 대림산업이 인천 중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영종하늘도시 2차’도 1515채 모집에 578건만 접수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0.38 대 1에 불과했다.

건설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고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분양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분양에 들어간 ‘평택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아파트에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GS건설은 최근 청약을 받은 대전의 ‘복수센트럴자이’ 아파트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이후로는 분양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과잉 공급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15년 말 6만1512채에서 지난해 말 5만6413채로 줄었지만 올해 1월 들어 5만9313채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분양한 10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청약 미달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주택시장 호황이 끝물인 데다 차기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호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상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후에도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거 물량을 내놓으면 지방 분양 시장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부동산#대단지#밀어내기 분양#무이자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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