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마음을 팝니다” 연극도 요리이다

양형모 기자 입력 2017-03-10 05:45수정 2017-03-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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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훈 셰프의 요리하는 모습. 불과 팬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표작인 연극 가을반딧불이의 한 장면. 연출가로 변모한 김제훈이 올해 무대에 올릴 연극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사진제공 ㅣ 김지성·조은컴퍼니
■ 요리하는 연출가 김 제 훈

오너 셰프·연극 연출가 ‘두 집 살림’
“손님들 관객들 만족한 얼굴에 기쁨
몇 달 요리만 했더니 연극에 목말라”


“사장님, 여기 양꼬치 2인분 추가요!”, “볶은밥 주세요!”.

서울 ‘성북동 양꼬치’ 가게 안이 맛있는 냄새와 소리로 가득하다. 누가 그랬던가. 해 저물녘 고기 익어가는 소리는 미녀의 금 뜯는 소리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요즘 손님이 부쩍 늘어 정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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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훈(41) 사장이 멋쩍은 웃음을 날리며 다가왔다. 김 사장은 이 가게의 주인이자 셰프다. 하지만 그에게는 좀 더 잘 알려진 ‘직함’이 따로 있다. 연극 연출가 겸 제작자이다.

김제훈은 연극 ‘가을반딧불이’라는 작품으로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이듬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2009년 조은컴퍼니를 설립해 연극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아시안스위트’, ‘래빗홀’, ‘겨울선인장’, ‘종일본가’ 등 관객뿐만 아니라 언론과 평론가들로부터도 큰 사랑과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먼저 시작한 쪽은 요리였다. 호텔경영학과를 나온 뒤 생선구이 백반집, 꼬치구이 전문점, 포장마차 등을 직접 운영했고 패밀리레스토랑의 매니저도 지냈다. 그러다 뒤늦게 연극에 대한 열정에 불타 2001년 극단 로뎀의 단원이 되었고 지금까지 셰프와 연출가라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요리하는 연출가’로 불린다.

● 요리도 연극도 결국은 ‘마음’을 파는 것

“연극을 하기 위해 요리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김제훈이 “으하하” 웃었다. 사실이란다. 연극은 속칭 돈이 안 되는 예술이다. 게다가 관객이 많이 들 때도 있지만 쫄딱 망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 김제훈에게 요리는 연극이라는 엔진을 끊임없이 돌리기 위한 연료와도 같은 것이었다. ‘비빌 언덕’이라고 해도 좋다. 다행히 식당은 낼 때마다 성공적이었다. 지금도 김제훈은 양꼬치 식당 외에 ‘담벼락’이라는 우렁쌈밥집도 운영하고 있다.

“요리도 엄연한 예술이라 생각한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요리와 연극은 닮은 점이 많다. 결국은 ‘마음’을 파는 것이다. 내가 직접 레시피를 만든 요리를 드신 손님들이 만족한 얼굴로 나서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연극 관객을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내게는 연극도 요리이다.”

김제훈은 “몇 달 요리만 하고 있었더니 슬슬 연극에 목이 말라온다”고 했다. 올해는 연극을 많이 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연극 ‘레인보우 합창단’이 4월에 개막한다. 실존하는 합창단을 모티브로 고정욱 작가가 대본을 썼다. ‘그 봄, 한낮의 우울(김상진 작)’이라는 작품도 준비 중이다. 김제훈은 “올 가을에는 가을반딧불이도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며 자신의 대표작에 대한 애정을 비췄다. “언제까지 요리하는 연출가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제훈은 “둘은 서로에 대한 돌파구”라고 표현했다. 연극을 하면서 어려울 때에는 요리가 숨을 틔게 해준다. 요리가 난관에 부딪힐 때면 이번엔 연극이 삶의 오아시스가 되어 준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양꼬치가 고소하면서 담백했다. 마치 그가 연출한 연극 같았다. 마음을 다친 스물아홉 청년 다모쓰가 삼촌 슈헤이와 함께 밤 호수에 자욱이 깔린 반딧불이를 바라보던 연극의 마지막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요리는, 연극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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