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은 김한솔 “난 북한 김씨 가문… 아버지 살해됐다”

주성하기자 , 조숭호기자 , 황성호기자 입력 2017-03-09 03:00수정 2017-03-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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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등장한 김정남 아들 김한솔… 유튜브에 ‘KHS 비디오’ 40초 동영상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8일 ‘KHS Video’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40초 분량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상에서 김한솔은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살해됐다”고 말했다(왼쪽 사진). 김한솔이 카메라를 향해 “내 여권”이라며 여권 표지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8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갑자기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한솔이 왜 동영상을 게재했고 누가 김한솔을 돕고 있는지, 김한솔은 어디에 있는지 등 의문점이 많다.

○ 김한솔 “아버지는 살해됐다”


지난달 13일 김정남 피살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김한솔은 이날 오전 ‘KHS Video’라는 제목의 40초 분량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이고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살해됐다”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이어 “내 여권”이라며 여권을 들어 표지와 속지를 카메라에 펼쳐 보였다. 이름 등 신상이 적힌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돼 볼 수 없었지만 표지는 북한 외교관 등 공무여행자들이 발급받는 여권과 같았다.

김한솔은 “현재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있다”고 말한 뒤 “○○○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한솔이 인사를 전하는 대상을 말하는 부분은 무음으로 편집됐고, 입 모양까지 모자이크로 가렸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유튜브에 등장한 김한솔은 본인이 맞으며 직접 동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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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공개된 김한솔 영상 한편에는 ‘천리마 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라는 단체의 로고가 떠 있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김정남 피살 이후 그의 가족의 요청으로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는 글이 게시돼 있다. 이어 “긴급한 시기에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중국,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단체는 “갑작스레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에게 급속히 응답을 준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로디 엠브레흐츠 대사는 2015년 2월 주한 네덜란드대사로 부임했고 현재 남북한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은 “김정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한솔은 예전에 거주했던 마카오에서 이미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피란민의 망명 요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국가이지만 이 단체가 ‘네덜란드의 도움’을 적시한 것으로 볼 때 김한솔이 네덜란드에 은신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명의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오리무중 ‘천리마 민방위’의 정체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탈출을 원하는 분은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 드리겠다”며 e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하지만 ‘천리마’라는 북한 단어와 ‘민방위’라는 한국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이 단체에 대해 국내외 탈북자 단체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정보당국 역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한솔이 원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이 단체가 김한솔을 내세워 홍보와 후원자 모집을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한솔은 옆에 누가 있는 듯 시선을 몇 차례 돌렸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단체는 4일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웹사이트 등록자와 관리자 국적은 모두 파나마로 써놓았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e메일은 스위스의 암호화 e메일 서비스인 ‘프로톤메일’을 사용한 점으로 미뤄 컴퓨터 전문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조선 고위 간부’가 보냈다는 편지에서는 이 단체가 “고급 승용차, 비행기까지” 동원해 탈북을 도왔다고 했다. 민간단체가 이 정도의 재정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한솔은 동영상을 찍어 올린 이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검은 옷을 입은 채 김정남이 ‘살해’됐다고 분명히 밝힌 점으로 미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북한 국가보위성이 김한솔 등 가족을 납치한 뒤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정남 가족이 무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버지 시신을 찾으러 가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다만 표정이 비교적 편안해 보여 납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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