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호, 어쩌다 이 지경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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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0-5 완봉패
방망이 또 불발… 병살타 3개 자멸… 사실상 2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

네덜란드 대표팀의 4번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친 연습 타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왼쪽 외야 상단에 설치된 전광판을 연신 때려 댔다. 비거리 130m가 넘는 대형 타구들이었다. 네덜란드전 선발로 예고된 한국 대표팀의 우규민(삼성)은 더그아웃에서 넋을 잃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 디디 흐레호리위스(뉴욕 양키스) 등이 배팅 연습에 가세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이들은 홈런 타구로 전광판을 누가 많이 맞히나 내기까지 했다.

7일 한국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경기를 앞둔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이처럼 여유가 넘쳤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이날 최강 전력을 구축한 네덜란드에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0-5로 완패했다. 전날 이스라엘전 패배에 이어 2연패를 당한 한국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013년 제3회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한국은 2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당시에도 네덜란드에 0-5로 져 2라운드행이 좌절됐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한국은 1회초 공격부터 상대 선발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의 구위에 눌려 삼자 범퇴를 당했다.

곧바로 이어진 1회말 수비에서 우규민은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2번 타자 유릭손 프로파르(텍사스)에게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허용했다. 3번 타자 보하르츠에게는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3루타를 얻어맞았다. 후속 3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네덜란드 쪽으로 기울었다.

전날 연장 10회 동안 1득점의 빈타에 시달린 한국 타선은 이날도 150km대의 강속구를 앞세운 밴덴헐크 등 네덜란드 투수들에게 산발 6안타로 꽁꽁 묶였다. 모처럼 잘 맞은 타구들은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내야진을 좀처럼 빠져 나가지 못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손아섭(롯데)의 타구는 2루수 앞 병살타가 됐고, 3회 1사 1, 2루 찬스에서 서건창(넥센)의 잘 맞은 타구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연결됐다. 8회 김태균(한화)의 2루수 앞 병살타까지 한국은 3개의 병살타를 치며 자멸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시몬스는 이날 여러 차례 철벽 수비의 진수를 선보였다. 소속팀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는 보하르츠는 이날 3루수, 흐레호리위스는 지명타자로 나섰을 정도로 네덜란드 선수 층은 두꺼웠다.

2패를 당한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우선 9일 대만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고, 대만과 이스라엘이 A조 최강팀 네덜란드를 이겨야 한다. 이 경우 이스라엘을 뺀 세 팀이 1승 2패를 이뤄 △이닝당 최소 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최고 타율을 따져 순위를 매기고, 이 중 상위 두 팀이 단판 순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을 치른다.


 
“투타 실력 차이 분명히 났다”

 
▽김인식 감독
투타에서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난다. 우리도 간간이 안타는 쳤지만 결정적으로 연결을 못한 부분이 네덜란드보다 떨어졌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와 포수 양의지의 빈자리도 있었다. 타선에서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더블플레이가 나오면서 상황이 잘 안 풀렸다. 중심 타선이 터지지 않은 건 상대 투수가 좋았기 때문이다.
 
“조 1위 할 만한 최선의 경기”
 
▽헨즐리 묄런스 네덜란드 감독
모든 부분이 잘됐다. 우리의 목표인 조 1위를 할 만한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타선에서도 5점을 딸 수 있을 만큼 잘했다. 2점 홈런 두 개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늘 안타가 별로 나오진 않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력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네덜란드 대표팀#김인식#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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