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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펨(단체 페이스북 메신저)’ 퇴짜에… 새학기 친구맺기 아예 포기

입력 2017-03-08 03:00업데이트 2017-03-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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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세대 초중고생 ‘프렌드십 포비아’
“중학교 간 지 며칠이나 됐다고…. 애가 학교를 안 가겠대요.”

3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한 엄마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옆에는 이틀 전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서 있었다. 엄마는 의사 앞에서 “아이가 왜 이러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하소연했다. 의사는 학교폭력을 의심하며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카톡방 때문에요.”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있는데 나만 빼고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그룹 페이스북 신청도 거절당했고요. 중학교에선 친구가 없을 것 같아요”라며 울먹였다.

중고교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면서 학기 초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다 보니 새로운 학교나 학급에서의 오프라인 소통에 서툰 탓이다. 처음 SNS로 관계 맺기에 실패하면 아예 친구 사귀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낯선 환경에서 친구 맺기를 두려워하는 이른바 ‘프렌드십 포비아(friendship phobia·친구 사귀기 공포)’다.

○ ‘단펨’ 끼지 못할까봐 전전긍긍

올해 6학년이 된 윤모 양(12)은 새 학기 첫날 페이스북에 접속해 같은 반 친구 이름을 한 명씩 검색했다. 이어 친해지고 싶은 7명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일주일째 답이 없자 불안해졌다. 윤 양은 “다들 바쁜가 보다 했는데 친구들끼리 이미 페이스북 메신저를 주고받고 있었다. 일부러 따돌리는 것 같아 말 걸기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프렌드십 포비아를 겪는 건 주변에서 ‘사이버 왕따’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박모 양(13·중1)은 “학기 초반 맘에 안 드는 친구는 단펨(단체 페이스북 메신저)에 끼워주지 않더라. 친구들 간 메신저 연락이 뜸하면 나 모르게 단펨이 만들어졌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모 군(16·고1)은 “요즘엔 페북, 카톡으로 먼저 말을 트고 교실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다. 메신저로 얘기하지 않은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불안하다. 6일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찾은 박모 씨(40·여)는 “새 학급에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딸아이 얘기를 듣고 예비소집일에 만난 엄마들을 급히 불러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기로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 학교와 가정 공동의 노력 필요

지난해 서울의 한 지역학생상담지원센터에서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한 학생은 초등생 4476명, 중학생 1452명, 고교생 777명이었다. 학교폭력 관련 상담 건수(329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SNS 이용 연령이 낮아지고 혼자 크는 아이가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사회성이 점점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충남 홍성군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인 이모 씨(27)는 최근 자기 반 아이들에게 ‘친구 집 다녀오기’ ‘친구와 사진 찍어오기’ 같은 숙제를 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대신 얼굴을 보고 친구와 소통하라는 뜻이 담겼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친구에게 물어볼 내용이 있으면 SNS보다 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도록 하고, 서로의 집에서 함께 놀 수 있도록 하는 등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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