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때늦은 반성문

김호경기자 입력 2017-03-07 21:21수정 2017-03-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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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故) 백남기 씨 사망 원인 논란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곤혹을 치렀던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를 7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백 씨의 사인 논란이 불거진 뒤 5개월 만에 나온 ‘때늦은 반성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 52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의대 교수 협의회(회장 전용성 생화학교실 교수)’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최고의 의료 전문가와 교육자를 자부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에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절반 이상이 동참했다.

교수협의회는 백 씨의 사인 논란 당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등 집행부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점에 대해 “국내 최고의 의료전문가 집단이라는 서울대병원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시위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에서 입원했다가 지난해 9월 숨졌다. 당시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주치의가 사인을 ‘외인사(外因死)’가 아닌 사인을 ‘병사(病死)’로 기록해 큰 파문이 일었다.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지침과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병원 집행부는 ‘사망진단서 수정은 주치의의 고유의 권한’이라며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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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는 또 서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선 진료했던 최순실 단골 성형 시술 의사 김영재 원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을 언급하며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할 교수는 몸가짐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 원장은 전공의도 아닌 김 원장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임명하고 김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성형수술용 실 제조업체가 서울대병원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소개준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협의회는 이런 논란의 근본 원인이 병원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장은 교육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인사가 참여하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 가운데 교육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렇다보니 대통령, 정부의 입김이 병원 인사, 운영에 절대적이다.

이들은 “병원장이 제도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병원 지원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병원장이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부와 권력의 부당한 의지에 휘둘리지 않도록 병원장 인선 과정에 지원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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