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兆 적자 국책은행, 정경유착 놔두면 혈세누수 못 막을 것

동아일보 입력 2017-03-07 00:00수정 2017-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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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수출입, 기업, 농협 등 특수은행이 지난해 3조5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금융감독원이 어제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발목이 잡힌 산업은행, 성동조선해양 부실로 손실이 커진 수출입은행 등 양대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낸 손실이 대부분이다. 국책은행이 손해를 볼 정도로 조선·해운업에 대규모 혈세가 투입됐지만 아직도 기업 부실을 털어내지 못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시중은행 아닌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지원된 정책자금의 1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에 흘러들어 갔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말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제힘으로 살아남지 못할 기업에 정책자금을 퍼줘 연명시켰다는 얘기다.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는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필요해서라고 주장하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같은 사람은 ‘정부의 들러리를 섰을 뿐’이라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만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정부도, 국책은행도 구조조정을 하기 싫기 때문이다.

정권과 정치권, 국책은행, 자회사가 정경유착으로 얽힌 풍토에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 정권은 국책은행장에 정권 창출에 공이 있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국책은행은 퇴직 임원을 자회사로 이동시키고, 정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각종 이권을 챙기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자회사를 매각하고 부실을 정리하는 힘든 일에는 누구도 나서지 않고 폭탄 돌리기만 계속해 혈세 내는 국민만 등골이 빠지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수출입은행 신임 행장에 기재부 출신을 선임하는 등 관피아 낙하산이 늘어났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좀비기업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혈세가 새는 구멍은 계속 커질 것이다. 막판에 몰려 허둥지둥하는 구조조정으로는 한진해운 파산 같은 대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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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은행#적자 국책은행#정경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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