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실패로 돌아간 ‘네덜란드 선발 캐기 작전’

이재국 기자 입력 2017-03-04 05:30수정 2017-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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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뮬렌 감독. 스포츠동아DB
야구는 투수놀음. 그 중에서도 선발투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대표팀으로서는 상대 선발투수를 알아내는 것만 해도 전력분석의 절반은 해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A조에 속한 한국은 첫 상대 이스라엘 선발투수를 의외로 쉽게 알아냈다.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은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4개국 감독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6일 한국전 선발투수를 쿨하게 제이슨 마르키(39)라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7일 맞붙는 네덜란드의 선발투수. 네덜란드는 한국전이 이번 대회 첫 경기다. 한국처럼 2번째 경기라면 최소한 선발투수 후보 1명은 지우고 후보를 좁혀나갈 수 있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는 점이 한국으로선 불리하다.

릭 밴덴헐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일단 한국대표팀은 현재 네덜란드의 한국전 선발투수로 릭 밴덴헐크(32)와 디호마르 마르크벌(37)을 가능성 있는 후보로 보고 있다. 그 중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밴덴헐크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게 사실이다. 첫 경기의 중요성과 한국 타자들의 성향도 잘 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의 1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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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르크벌이 한국전 선발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WBC에서 네덜란드는 한국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는데, 바로 그때 네덜란드 선발투수가 마르크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마르크벌은 4이닝 2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농락했다. 좌완투수로 공은 빠르지 않지만 변화구와 컨트롤이 절묘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투수라 대표팀으로선 당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상무를 상대로 시범경기를 펼쳤는데, 9명의 투수가 1이닝씩 던지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밴덴헐크는 이 경기에 나오지 않았고, 마르크벌은 2번째 투수로 등판해 3타자를 완벽하게 막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디호마르 마르크벌.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대표팀 김평호 코치는 이를 토대로 “오늘 밴덴헐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마지막 시범경기인 5일 경찰야구단전에 등판한다는 얘기인데, 하루 쉬고 한국전에 선발등판하기는 일정상 쉽지 않다. 물론 불펜투구 대신 마지막 점검이라고 생각하고 1이닝 정도 짧게 던진 다음에 한국전에 나올 수도 있지만…”이라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계산했다. 김 코치는 “내 예감이지만, 아무래도 2013년 한국전에 재미를 본 마르크벌이 한국전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 김 코치의 눈에 누군가가 발견됐다. 네덜란드의 1루 쪽 덕아웃 옆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던 여인. 바로 밴덴헐크의 아내 애나였다. 이들은 삼성 시절부터 가족처럼 잘 알고 지냈던 사이. 김 코치는 “애나한테 물어봐야겠다”며 무릎을 쳤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 코치는 애나에게 달려가서 반갑게 인사했다. 애나 역시 김코치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부를 물었다. 이러쿵저러쿵…. 그리고 김 코치는 헤어지기 전 은근슬쩍 본론으로 들어갔다. “밴덴헐크가 한국 게임에 나오지?”

그러나 애나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꾀돌이’ 김 코치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몰라요. 얘기 들은 게 없어요.” 애나가 정말 몰라서 그렇게 답했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지만, 우회작전으로 ‘고급 정보’를 캐려던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김 코치는 허탈한 듯 웃기만 했다. 과연 네덜란드의 한국전 선발투수는 누구일까?

고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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