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 지원보다 현금 직접 주는게 빈민구제에 효과적”

조동주특파원 입력 2017-03-03 03:00수정 2017-03-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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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大-MIT, 케냐서 5년간 실험 ‘구호물품보다는 현금이 효과적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도들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빈민 구호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실험을 5년 동안 수행해 도출한 결론이다. 통상 국제구호단체가 빈민을 도울 때 현금을 직접 주면 술 도박 등으로 탕진할까봐 곡식이나 천막 같은 구호물품을 줘왔는데, 직접 실험해보니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게 빈민의 자력갱생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와 MIT 경제학도가 주축인 구호단체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는 2012년부터 아프리카 케냐 서부 키수무 지역에서 빈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BBC가 1일 소개했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통해 1000달러가량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주고 마음대로 쓰게 해보고 변화 양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휴대전화는 단체가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싸게 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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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물품 대신 현금을 받은 빈민들은 목돈이 없어 미뤄왔던 각자의 고충을 해결하고 생계를 개척했다. 에밀리 에이노 오티에노 씨는 1년에 두 번씩 고쳐야 했던 초가지붕 대신 양철지붕을 설치했다. 덕분에 빗물을 모아 급수 문제를 해결했고, 고정적으로 써왔던 지붕 수리 비용으로 옷과 음식을 더 살 수 있었다. 그는 남은 지원금으로 식용유를 대량 구매해 소매상에 파는 작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

단체는 현금 직접 지원으로 빈민의 소득과 소비, 저축액과 투자가 동시에 늘었고 식단이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은 노동에서 벗어나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이 높아지니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어 건강검진을 받는 횟수도 늘었다. 에이즈 감염자 증가 폭이 줄어들고, 아이들이 나이에 맞는 키와 몸무게를 가지게 됐다.

단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금 지원을 받은 지 5년 뒤 연평균 소득이 64∼96% 증가했고, 동등한 조건에서 4년 뒤 현금 수급자의 소득이 미수급자보다 41% 많았다. 신용카드와 모바일을 통해 현금을 직접 지급하다 보니 구호사업 행정 비용도 대거 줄었다. 자선가가 1달러를 기부하면 단체가 쓰는 행정 비용은 0.02달러에 불과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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