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빌’서 아이디어 잉태, ‘스타트업 연구원’서 몸집 키운다

노지원기자 입력 2017-03-02 03:00수정 2017-03-02 14:0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학생 창업 다각적 지원하는 고려대
히든트랙 멤버인 고려대 경영학과 박종훈 씨(25·왼쪽), 강남대 컴퓨터학과 한만종 씨(24·가운데),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학과 오정민 씨(26·오른쪽)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파이빌에서 인공지능 캘린더 ‘린더(LINDER)’ 개발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오정민 씨(26)는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기존 직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닌가. 정해진 규칙에 맞춰서 움직이다보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 씨가 스타트업 ‘히든트랙’을 만든 이유다.

히든트랙은 현재 인공지능 캘린더 ‘린더(LINDER)’를 개발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창에 “린더야, 2017년 공채 일정 추가해줘”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달력에 일정이 입력된다. 린더는 챗봇(Chatbot)이라는 기술을 활용한 일정관리 서비스다. 사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채팅을 하면서 질문이나 명령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해답을 주거나 이미 저장된 알고리즘을 통해 명령을 실행한다.

오 씨는 학생 신분으로 벤처기업을 만들기 위해 학교의 창업 지원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11월 말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팀원 4명과 ‘히든트랙’이라는 팀을 구성한 뒤 12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내에 있는 KU개척마을(파이빌)에 입주했다.

파이빌은 창업, 문화예술, 공연,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길 원하는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총 38개의 컨테이너로 이뤄진 5층짜리 건물이다. 3월 현재 히든트랙을 비롯한 20개 팀이 입주한 상태다.

주요기사
창업을 꿈꾸는 학생뿐 아니라 창의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어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파이빌 입주를 신청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소정의 심사를 거쳐 입주할 팀을 정한 뒤 최장 4개월까지 사무 및 연구실 공간을 무상 대여한다. 고려대 교수 및 다양한 분야의 선배 창업자, 기업가를 초청해 멘토링 교육도 제공한다. 오 씨는 “스타트업 업체에는 창업 분야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며 “파이빌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초청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 외에 파이빌은 창업자가 초기에 흔히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투자, 특허, 회계, 법 등의 분야에 대한 조언도 수시로 하고 있다. 학생이 머릿속에 있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오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비용이나 전문적 지식 부족 등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측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히든트랙은 지난달 5일 린더의 베타 버전을 앱스토어에 출시한 후 2주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조만간 앱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무실에서 개인 간 재능 공유 온라인 플랫폼 ‘탈잉’ 멤버들이 탈잉 애플리케이션을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익정 영업팀장(24), 이재원 마케터(23), 김윤환 대표(27), 김정윤 콘텐츠 디자이너(23), 장승린 마케팅팀장(26·여), 김영경 이사(32).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김윤환 씨(27)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이미 3년 차 벤처기업가다. 창업 초기 사무실 비용이 없어 공동창업자인 김영경 이사(32)와 합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러던 중 고려대 창업보육센터와 경영대 스타트업 연구원의 지원을 받으며 개인간(P2P) 재능 공유 온라인 플랫폼 ‘탈잉’을 키웠다.

탈잉은 탈출잉여의 줄임말로 춤, 악기 연주부터 외국어, 주식, 코딩, 포토샵까지 사람들이 가진 재능을 연계해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탈잉 웹사이트에 자신의 재능을 강의로 등록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등록한 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다. 2015년 7월 설립 이후 현재 가입자는 1만2000명에 달한다. 3월 현재 약 1000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회원 1만여 명이 탈잉을 이용하고 있다. 누적 거래금액은 3억 원을 돌파했다.

김 씨는 “사업 시작 초기 학교 측의 창업 지원을 받았던 것이 회사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2015년 7월 고려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지원금 100만 원을 받았고, 그해 9월엔 경영대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창업보육센터에 개설된 ‘캠퍼스 CEO’ 수업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경영대의 벤처경영 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맺은 남대일 고려대 교수는 김 씨에게 투자자를 소개해주고 대학생이 창업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을 알려줬다. 김 씨는 굿엔젤스라는 회사의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씨를 비롯한 9명의 팀원은 지난해 9월부터 경영대 안에 있는 스타트업 연구원에 입주해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연구원은 고려대의 창업가 양성 플랫폼으로 2016년 9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유망한 스타트업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위한 지정 공간을 제공한다. 창업경진대회를 연 2회 개최하고 정보기술(IT), 법무, 특허, 세무회계, 기술, 마케팅 등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창업가나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팀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전문가 특강 등을 개최한다. 실제로 김 씨는 스타트업 연구원에서 창업 지원금, 법률·세무교육, 사업 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았다.

파이빌이 아이디어를 잉태하도록 지원한다면, 경영대 스타트업 연구원은 실제 스타트업의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김 씨는 창업이 취업난의 대안이 아니라 한국이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정체된 대한민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소기업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이미 한계를 맞았다. 역량 있는 청년들이 IT를 토대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고려대#스타트업#창업#파이빌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