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드 1세대 53명중 22명 교수로… 이공계 발전 이끌어

임우선기자 입력 2017-03-02 03:00수정 2017-03-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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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붕괴]<3> ‘수학 국가대표’의 어제와 오늘
학교의 수학 수업이 무너지고 고급 수학교육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돼버린 지금, 국내 전문가들은 인재의 감소로 인한 국가의 산업 및 이공계 경쟁력 하락을 우려한다.

동아일보는 국내 수학 인재의 성장 변천을 알아보기 위해 대한수학회로부터 역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출전자 전원의 진학·진로 현황을 단독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이 자료에는 우리나라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처음 출전한 1988년부터 2016년까지 29년간 한국 대표로 대회에 출전한 국내 수학 영재 139명(복수 출전자 32명 포함하면 174명)의 △출신고·학년 △메달 기록 △진학 대학·학과 △현재 근황이 담겨 있다.

분석 결과 한국의 수학 영재는 대부분 국내외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교수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해당 분야의 발전을 이끌거나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39명 중 81.3%가 이공계로 진학해 기초 학문을 전공하고 있었다. 12.2%(17명)는 의학계, 2.2%(3명)는 법대로 진로를 잡았다.

○ 81.3% 이공계 진학…지방, 일반고 출신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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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직업을 가질 나이로 성장한 1세대(1988∼1998년) 출전자 53명을 조사한 결과 22명이 서울대, KAIST, 시카고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국내외 명문대 교수가 돼 이공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8명은 국내외 기업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한국은 올림피아드에서 29년간 △금메달 65개 △은메달 66개 △동메달 27개 △명예상 2개 등 총 160개의 메달을 따며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출전자 구성을 보면 과거에는 과학고 외에 일반고 출신이 다수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 8년간은 일반고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출신도 ‘전멸’이라고 할 만큼 사라졌다.

전체 출전자 174명 중 143명(82.2%)은 과학고 재학생이었다. 15.5%에 해당하는 27명은 일반고, 2.3%에 해당하는 4명은 민족사관고 재학생이었다. 1980년대만 해도 일반고 파워가 강했다. 처음 참가했던 1988년에는 일반고 남학생 3명과 과학고 남학생 3명이 출전해 동메달 3개를 땄다. 동메달 3개가 모두 일반고 학생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0년에는 일반고 학생이 4명을 차지해 반이 넘었을 정도로 일반고가 선전했다. 그러나 과학고의 대표 선발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1996년에는 처음으로 출전자 전원이 과학고 학생으로 구성됐다. 최근 8년간은 일반고 출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22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팀을 이끌어온 인하대 수학과 송용진 교수는 “더 심각한 건 서울 집중 현상”이라며 “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치러 보면 예전에는 상위 100등 중 지방 학생이 절반은 됐는데 지금은 3, 4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부산 대전 등 큰 도시에 수학 영재들이 20, 30명씩 있어 서로 자극이 되고 발전이 됐지만 지금은 아무리 잘해도 지방에선 ‘혼자’ 공부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 22명 국내외 명문대 교수 돼…美 금융계 7명

출전자들의 진학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전자 전원이 서울대나 KAIST의 이공계 학과로 갔지만 1995년(출전 연도 기준)부터 법대 의대 진학자가 등장했다. 1999년 처음으로 미국 프린스턴대 진학자가 나왔고 이후 해외 대학 진학 현상이 가속화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출전자 중 반이 넘는 4명이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등 미국 명문대로 진학했다. 29년간 참가자 중 유일하게 3년 연속(2012∼2014) 출전해 3년 내내 금상을 받은 당시 서울과학고 김동률 학생은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를 선택했다.

수학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초학문에 대한 장학금 지원이 많고 연구 환경도 좋다”며 “국내에 비해 수학 인재가 활용되는 분야가 다양한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최고의 수학 영재들은 어떤 사람이 됐을까. 수학올림피아드 1세대 출전자 53명 가운데 서울대, KAIST 등 국내 대학 교수가 16명이었다. 1988년 처음 출전해 동메달을 딴 당시 광주 광덕고 3학년 김영훈 학생은 현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같이 출전한 대전과학고 2학년 류호진 학생은 현재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부교수가 됐다.

6명은 해외 유명 대학의 교수가 됐다. 1988년 출전한 대전과학고 2학년 추요한 학생은 현재 미국 시카고대 MBA 조교수다. 1992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당시 서울과학고 2학년 박지웅 학생은 미국 코넬대 화학과 부교수를 거쳐 최근 시카고대 교수가 됐다. 1994년 고교 1학년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출전한 서울과학고 신석우 학생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조교수를 거쳐 UC버클리 부교수가 됐다.

○ “수학 재능은 타고나는 게 커, 인재 발굴해야”

미국 금융계로 진출한 이들도 7명에 달했다. 올림피아드 관계자는 “월가 등에서 수학적 분석 수요가 커지면서 이 분야로 진출해 1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친구가 여럿 생겼다”고 전했다. 이 밖에 국내 기업 연구원 6명, 구글 본사와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등 미국 기업의 연구원이 2명이었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남다른 수학적 사고력을 가진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과학과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라며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의 수학적 재능은 타고나는 게 크다. 소외된 환경 탓에 발굴되지 못한 아이들을 찾고, 이 인재들이 활약할 다양한 분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수학#올림피아드#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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