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서워… 피아트 “美공장에 10억달러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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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외국기업들 속속 ‘백기’
피아트 “공장 현대화, 2000명 고용”… 獨 BMW도 “이미 투자” 눈치살펴
경제석학들 “히틀러식 통제”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로 대기업 협박하기’가 미국과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자발적인 투항’ 기업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를 독일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는 8일 성명을 내고 “2020년까지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해 미시간과 오하이오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시간 공장의 설비 개선이 완료되면 현재 멕시코의 살티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램 픽업트럭 조립 공정을 미시간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현재 멕시코 내 7개 공장에서 램 트럭부터 소형차 피아트 50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닷지’의 저니 등을 생산하고 있고, 멕시코 내 고용 인력은 1만1800여 명에 이른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최고경영자(CEO)는 “지프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회사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미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로 성공적으로 침투할(수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트위터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인 CNN머니는 “미국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거나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려던 GM과 포드를 트위터로 공격한 트럼프의 다음 목표는 피아트크라이슬러라는 관측이 많았다”라며 “이번 성명은 선제적 방어의 성격이 짙다”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공격해 오기 전에 투자 계획을 밝힌 건 영리한 결정이고, 타이밍도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을 받았던 대기업 대부분이 주가 하락 등의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트위터의 파괴력은 이미 상당한 것으로 입증됐다. 3일 트위터에 “(GM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든가 아니면 많은 국경 세금을 내라”라고 주장하자 구글에서 GM 검색량은 200%가량 급증했고 GM 주가도 순식간에 0.7% 떨어졌다.

 손익 계산에 빠른 대기업들이 트럼프에게 저항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드의 경우도 멕시코 공장 신설 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트럼프 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명차 BMW는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이언 로버트슨 BMW 세일즈·마케팅 총괄사장은 9일 BBC와 인터뷰에서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상품 가치로 따지자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수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6∼8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기업 괴롭히기(bullying)를 비판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특히 “트럼프의 지나친 기업 개입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자유로운 경쟁과 그를 통한 혁신을 크게 저해하게 된다”라며 “독일 나치 정권의 히틀러가 (그런 식으로) 민간 경제를 통제해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조은아 기자
#트럼프#피아트#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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