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멋진 강남대로 만들기 ‘東-西대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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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 강남구-西 서초구 ‘아름다운 경쟁’

지하철 강남역 주변 서울 강남대로는 왕복 10차로를 중심으로 양쪽의 거리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강남구 관할인 동쪽에서 볼 수 
있는 싸이 ‘포토존’(위쪽 사진)과 서초구 소관인 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일회용 컵 모양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지하철 강남역 주변 서울 강남대로는 왕복 10차로를 중심으로 양쪽의 거리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강남구 관할인 동쪽에서 볼 수 있는 싸이 ‘포토존’(위쪽 사진)과 서초구 소관인 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일회용 컵 모양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새로 생겼나봐. 저쪽으로 건너가 보자!”

 3일 오후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친구와 나들이 나온 대학생 이지현 씨(21·여)는 길 건너편에 걸린 ‘서리풀 푸드트럭 존 오픈’이라는 현수막을 보고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서리풀 푸드트럭 존은 서초구가 1일부터 강남대로변 인도의 불법 노점상을 없애고 그 대신 떡볶이, 와플, 꼬치구이 등을 파는 푸드트럭 9대로 합법 영업을 하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11번 출구 쪽 인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강남역사거리에서 신논현역사거리까지 800여 m 구간은 강남대로(한남대교 남단∼양재역)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권으로 꼽힌다. ‘강남에서 만나자’고 할 때 자연스레 떠올리는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왕복 10차로를 기준으로 한강 쪽을 바라봤을 때 동쪽과 서쪽 인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동쪽은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 관할. 두 자치구가 ‘강남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남구 쪽 출발점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곳이 강남’이라고 알리듯 널찍한 광장 강남스퀘어(Gangnam Square)가 있다. 가수 싸이가 말춤을 추는 모형이 갖춰진 포토존도 있다. 2012년 노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인기를 끌자 강남구가 조성한 것이다. 상단에 빔 조명을 달아 매일 밤 정시마다 10분간 레이저쇼를 선보이는 ‘미디어폴’도 강남구 쪽에만 있는 볼거리다.

 서초구도 뒤질세라 11번 출구 길 건너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 ‘서초관광정보센터’를 화려하게 만들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구 행정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중이다.

 서초구는 2012년 3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강남대로 서쪽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그러자 강남구는 한 달 뒤 맞은편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불법노점상 정비는 강남구가 먼저다. 강남구는 2014년 12월 인도의 불법 노점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행인이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들었다.

 노변 쓰레기통 모양도 다르다. 서초구는 2012년 강남대로변 기존 사각 쓰레기통을 치우고 일회용 컵 모양의 재활용품 전용 수거함을 비치했다. 강남구는 그대로다. 서초구는 ‘쓰레기통 제로’ 정책을 펴며 배출량 줄이기에 나선 반면 강남구는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강남대로를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우리 구만의 차별화된 제도를 통해 선진 도시의 격조 높은 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강남대로#강남구#서초구#행정#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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