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트럼프맨’ 세션스 ‘31년전 악몽’ 재연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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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인준청문회 진통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1)의 동갑내기 최측근이자 ‘원조 트럼프맨’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사진)가 과거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발목이 잡혀 의회 상원 인준 과정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세션스는 1986년에도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다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낙마한 적이 있어 ‘31년 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최대 흑인인권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지도자들은 3일 앨라배마 주 모빌 시에 있는 세션스의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오후 늦게까지 연좌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불법 침입죄로 체포됐다. 코넬 윌리엄 브룩스 NAACP 회장과 버나드 시멜턴 NAACP 앨라배마 지회장 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션스는 과거 인종차별 발언으로 이미 공직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물”이라며 법무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세션스가 검사 시절 NAACP를 “반미국적이며 공산주의 영향을 받은 단체”라고 했고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에 대해서는 “그들이 대마초를 피우는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 것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동료 흑인 검사였던 토머스 피겨스를 ‘어이, 이봐(boy)’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미국 48개 주 170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100여 명도 이날 세션스의 인준 청문회를 진행하는 상원 법사위원들에게 세션스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연명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 로스쿨 교수들은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가 법을 공정히 집행하고 사회 정의와 평등을 고양하는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주장했다.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롯해 제프리 스톤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 패멀라 칼런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 등 저명한 법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세션스에 대한 청문회에 앞서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100석 중 공화 52석, 민주 48석)로만 보면 공화당 상원의원인 세션스가 과반을 얻어 인준을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아직까지 세션스를 공개적으로 인준 거부하겠다는 상원의원은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인종차별 이슈가 세션스 인준 과정에서 불거지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공화당 내 여론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개원식을 갖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재선출한 미 의회는 이르면 10일 세션스 후보자의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션스 측은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자신의 상원 동료들을 일일이 접촉하는 등 저인망식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더 힐’이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미 상원에 장문의 청문회용 답변서까지 보냈다. 세션스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가장 먼저 트럼프를 지지했던 만큼 행여 낙마할 경우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세션스의 대변인인 세라 플로레스는 이날 일각의 지명 철회 요구에 대해 “세션스 후보자를 알고 지낸 수많은 흑인 지도자는 그의 법무장관 지명을 환영하고 있는데 일부 거짓 증언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세션스#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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